<2017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2017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 이윤숙의 설치 영상 ‘바람’展의 두 번째 전시가 수원성지 북수동성당 뽈리화랑에서 오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뽈리화랑 공간에 맞게 재구성된 이번 전시는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실험공간 UZ에서 진행됐던 전시의 연장이다. ‘뽈리화랑’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북수동 성당 안의 옛 소화초등학교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곳이다. 1층의 3개 교실을 리모델링해 2007년부터 화랑으로 개방하고 있으며, 미술관 이름인 ‘뽈리’는 1931년부터 1948년까지 북수동본당 전신인 수원성당 주임 신부로 재직한 파리외방전교회 뽈리 신부(한국명 심응영)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전시는 전쟁 후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철책을 걷어내어 조형물처럼 설치해 그 경계를 허물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슈룹 2017 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동에서 서로 약 250km 걷는 답사를 통해 철책과 남북관계의 실체를 확인 중이며 예술정치라는 화두를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답사 보고 1차 전시를 진행했다. 이윤숙 조각가는 <바람>展을 통해 철책의 물리적 개념만이 아닌, 심리적으로 고착된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 그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여 이념의 갈등을 부추기는 개념을 부정하고 반복되는 희생과 분쟁을 비판한다. 전시 제목인 <바람>은 염원하고 기도하는 힘을 모아 심리적인 분단과 분쟁의 상황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윤숙 작가는 이번 전시 <바람>展에 크게 세 가지의 소재를 사용한다. 전시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곡선의 측백나무 숲길은 치유의 의미다. 측백나무는 관람객의 후각을 자극하여 긴장을 이완시키고 작가가 의도한 묵상과 치유의 순간을 준비하게 한다. 작가는 간벌되어 버려지는 측백나무들을 모아 명상과 치유의 공간으로 관객들을 이끄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며, 묵상과 치유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작가는 “예술인을 포함한 모두가 희생, 속죄, 용서의 삶을 실천함으로서 철책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고 전하며 이백여개의 십자가를 전시장 중앙에 연결했다. 전시에 쓰인 희생, 속죄, 용서의 표상인 십자가는 모두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거나 쓰임을 다 한 것들이며, 한데 모여 각각의 바람을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전시장 벽면에 쏘는 영상이 그 십자가들을 통과하거나 바닥에 반사되는 등 다양한 형상을 자아내며, 천장과 연결된 철사를 통해 마치 비가 내리며 공기가 순환하는 듯 한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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