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한동안 농촌 들녘에서조차 외면당했던 막걸리가 소도시 도심을 파고들고 있다. 또 통기타 가수와 대학생 가수를 채용, 초저녁부터 밤 늦게까지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는 곳 등 다양한 형태의 막걸리집이 성업 중이다. 상주시 서문동 서문네거리는 상주 시내에서 가장 번화가로 꼽힌다. 은행과 골프숍, 유명 메이커 의류점, 패스트푸드점 등이 밀집돼 있다. 이 곳에 지난 5월 막걸리집이 들어섰다.

축협네거리 등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기 전에는 가장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꼽히던 레스토랑이 막걸리집으로 바뀌었다. ‘마이홈’이라는 간판도 막걸리에 어울리는 ‘개코네 막걸리’로 갈아 달았다. 주인 장모씨(여·48)는 “메뉴를 바꾼 이후 매출도 크게 오르고 분위기도 훨씬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손님 숫자가 늘어난 게 가장 반갑다는 것. 이 집은 안주가 4천∼6천원대로 저렴한데다 넓은 실내에 다양한 좌석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술값 부담이 적기 때문에 대학생이나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서문네거리에서 경찰서 방면으로는 병원과 레저·스포츠의류, 여성의류점이 길 양쪽으로 들어서 있다. 이 번화한 상가 옆골목에는 ‘땡칠이’라는 주막집이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주당들은 이 집을 가리켜 ‘막걸리 라이브집’이라 한다.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를 팔면서 가수가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좁은 무대에 키보드와 노트북이 갖춰져 있다.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부터 요즘 유행하는 노래까지 서비스한다. 주인 심용식씨(42)는 당초 이 곳에 국밥집을 차렸다. 그러나 골목 안쪽에 자리한 탓인지 손님이 전혀 없었다. 생각 끝에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막걸리 라이브 주막으로 바꿨다. 속칭 소주 골목과 중앙로 사이에 있는 ‘씨멘집’은 목로주점처럼 철판 식탁을 놓고 막걸리를 판다. 상주시내의 문인과 음악인 등 향토 문화인들이 주로 찾고 있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도 있다.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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