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수-진보’라는 명칭은 ‘우파-좌파’의 이념적 명칭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좌파’가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진보’라는 용어를 선점했고, 이러한 용어 사용이 언론을 통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국의 보수주의가 2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에 기반을 둔 것과는 달리 한국의 보수주의는 수입된 서구민주주의의 어정쩡한 접합과 자본주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따라잡기 보수주의였다.따라서 ‘보수-진보’라는 명칭보다는 ‘우파-좌파’라는 명칭이 원래 맞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보수·우파-진보·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개념의 불명확성과 대중의 오해는 여전하다. 19대 대선에서 보수우파가 패배하자 언론 일각에서는 5년 후에도 보수우파가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지만,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는 양 날개로 날아야 하며 한 쪽이 무력화될 경우 국가발전에 심대한 장애가 올 수 있다.
 
19대 대선은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라는 헌정중단의 혁명적 상황에서 치러졌다. 자유대한민국 체제수호와 체제변혁을 두고 벌이는 체제전쟁이었다. 탄핵 정국의 연장선상에서 좌경화된 언론과 포털의 편파보도 속에서 557만 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패배했다.

가장 큰 패인은 소속 의원들의 기회주의, 책임회피에 기인한 집권당의 분열이었다. 가까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측근비리와 멀리는 ‘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우파가 보여준 정체성 위기와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빚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수원수구(誰怨誰咎)할 수 없다.
 
19대 대선에서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의 선동적 포퓰리즘에 맞서 홍준표 후보의 분전(奮戰)으로 재건의 기틀은 마련했다. 남은 과제는 보수혁신을 통해 등 돌린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일이다. 반성을 통한 자정(自淨), 결집을 통한 재건(再建), 믿음을 통한 새 출발(出發)을 해야 한다.

보수우파의 이념적 좌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제도와 가치를 보존하고 수호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반공’, ‘안보 보수’를 탈피해야 한다. 반공과 안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건국-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이지만 자유주의는 크게 확산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유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보수우파의 시대적 과제인 자유주의 확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경제적 자유의 확보이다. 서구의 역사처럼 경제적 자유가 정치적 자유에 선행해야 하는데, 한국은 그 반대이다. 한국의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의 회복을 자유주의 정착보다 우선시 한 결과이다. 우리 사회에서 특권 세력화 되어버린 의회독재, 편파언론, 군중지배를 바로 잡아야 한다. 

둘째, 법치주의의 확립이다. 우리나라의 법질서 준수 정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정법(政法) 위에 떼법 있다”는 낮은 법치 준수가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조가(弔歌)의 5.18기념식 제창곡 지정, 석탄발전소 중단, 비정규직의 정규직 선언 등 일방적인 ‘대통령의 전시성 지시’는 협치(協治)와 통합과는 거리가 먼 또 다른 인치(人治)가 아닌지 우려된다.

셋째,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역사를 긍정해야 한다. 진보좌파들은 우리의 역사를 ‘정의가 실패하고 불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폄훼해왔다. 대신 북한 정부수립에 정통성을 부여했다. 국정역사교과서를 선택할 기회조차 없애고 폐지하는 것이 능사(能事)가 아닌 이유이다.

이제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을 회생시켜 제대로 된 적통(嫡統) 야당의 길을 가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보수우파의 기본은 책임, 헌신, 품격이다. 당권을 놓고 집단지도체제냐, 단일지도체제냐, 친박이냐 비박이냐를 두고 감정적 대립이나 내분(內紛)을 일으키는 것은 모두 공멸하는 길이다. 새로운 보수주의 이념을 정립하고 이를 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우파 시민단체나 태극기 세력의 요청도 당 운영에 기꺼이 받아들여 올바른 대여(對與)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음 대선까지는 두 개의 변곡점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혁신의 기반’을 다져 3년 후 21대 총선에서 ‘수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보수우파의 미래 집권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자유한국당은 ‘이념적인 젊은 우파’를 육성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60대 이상은 우파에 지지를 보냈지만, 50대 이하는 좌파를 선택했다. 좌우 진영을 넘어 세대전쟁이 되어버린 새로운 정치환경을 직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무늬만 보수들’을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옥쇄 들고 나르샤’를 주도한 구태정치인들, 당에 대한 책임과 헌신을 저버린 탄핵 주역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지 않은 웰빙 정치인들을 국민의 표로 심판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수혁신과 통합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보수우파의 새로운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안정 속의 보수혁신을 통해 기회균등의 보장, 취약계층의 보호 등 실질적 평등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권토중래(捲土重來)는 5년 만에 될 수도 있고,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선 패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실패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새벽이 없는 밤은 없다.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이유이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했다. 자유한국당은 그나마 남은 일말의 기득권마저 다 내려놓고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유연한 자세 견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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