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1호는 단연 ‘적폐청산’이다. 그중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최우선 순위에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방산 비리를 ‘이적죄’(적을 이롭게 한 죄)에 준하도록 엄벌하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 게 있다. 바로 사드 배치 문제다. 박근혜 정부에서 속전속결로 처리된 사드 배치(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단순히 한반도 안보 문제를 넘어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이해관계와 맞물린 민감한 현안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사드 배치는 국회비준이 필요하며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집권여당은 사드 배치 문제를 문재인 정부 특검 1호로 상정, 시시비비를 가리고 ‘시간 벌기’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외교적 해법 찾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높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최순실-린다김-록히드마틴 수상한 ‘3각’관계
- 검찰, 황교안.김관진.한민구.윤병세 수사 착수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사드 배치 문제다. 일단 민주당은 심재권 사드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필두로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불법적인 사드 장비 이동배치, 비용분담 이면합의 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지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인 사드 배치 졸속 결정과 탄핵 이후에도 지속된 사드의 불법적 배치 강행은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핵심라인 4인방 시민단체가 고발
 

특히 국회 비준 동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서민과 자영업자의 손실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발 사드 청문회를 개최하거나 국정조사를 할 경우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최근 검찰이 사드 배치 관련 수사를 착수한 만큼 미진할 경우 특검으로 갈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검찰은 ‘사드 반입’ 위법 관련 시민단체의 고발 건에 대해 본격수사를 착수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등 4개 시민단체가 사드 장비 일부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을 비롯해 한민구 국방부장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4월16일 성주투쟁위 김충환 위원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4인방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공직선거법위반,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본지가 입수한 고발장에는 황교안 전 대행은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권한대행으로서 그 직권을 남용해 2017년 1월 9일 김관진 실장을 미국으로 보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사드를 대선 전에 조속히 배치할 것을 협의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하고, 같은 달 3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로 사드를 대선 전에 최대한 빨리 배치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고 적시했다.
 
이어 2월 10일 사드 배치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드 배치는 한미방위조약에 명시된 예산 기준을 넘지 않고, 무기 체계 자체도 국회 동의를 받을 사항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나머지 피고발인들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에게 사드배치를 추진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청문회.국정조사 ‘무용론’ 사드 특검 ‘부상’
 
또한 황 전 대행은 탄핵 결정 선고 직전인 2017년 3월 3일에 열린 자유한국당과의 고위 당정회의에서 대선 전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협의하고 미국과 사드 장비를 한반도 내에 반입할 것을 김관진·한민구·윤병세 3인에게 협의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한미군이 3월 7일 오산 공군 기지로 사드 발사대 등 일부 장비를 반입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4월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재차 사드 배치 조속 완료를 부당하게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김관진 실장 관련에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가 안보에 관한 업무를 보좌하는 직권 남용을, 한민구 장관에 대해선 국방부장관으로서 국방에 관련된 군정 및 군령과 그 밖에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직권 남용을, 윤병세 장관 관련해 외교부장관으로서 미국과의 외교협의권한 및 소파 협정에 따른 합동위원회 한국 측 사무를 지휘하는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국회 동의 없이 주권을 침해하도록 주한미군이 일부 장비를 반입하는 것을 허용했고,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하여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도 않았다고 했다. 나아가 국방·군사시설사업계획 실시계획의 승인을 받지 않았고 주한미군이 4월 12일부터 공사용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한 후 야전 운용이 가능한 상태로 설치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4개 시민단체는 이들 피고발인에 대해 직위를 이용하여 대통령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대선 기간 중에 직권을 남용하여 대한민국 법령을 무시한 채 사드 체계를 대한민국 영토 내에 배치했고, 또한 비용 부담 가능성을 숨긴 채 비용편익 등 분석없이 다른 무기체계보다 효용이 낮은 사드 체계를 배치해 대한민국의 국고를 손실하게 했다며 최종 고발 이유를 밝혔다.
 
결국 검찰이 사드배치관련 본격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별도로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개최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야당 역시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마당에 청문회나 국정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결국 검찰 수사가 끝난 이후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특검이 이뤄질 경우 사드 배치 관련 정권 실세와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의 ‘리베이트 의혹’ 수사가 주가 될 전망이다. 사드 도입 비용도 수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성주 포대 1개 배치 비용만 1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선 3개 포대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드 한 대에는 미사일 48발이 장착된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은 1000여 기가 넘고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200대가 넘는다. 미사일 비가 쏟아지는데 사드가 미사일 하나하나 추격해 맞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개의 사드 포대가 막아낼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의 개수는 최대 20에서 50개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대북 관련 연구 부서인 38노스는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의 능력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 3월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도 사드의 요격 성공률이 80~90%인 상태에서 긴박한 전시상황에 요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두 번째 사드 포대를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1개 포대만으로는 남한 전역을 방어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남한 내 최소한 2개 사드 포대를 배치해야 최소한 한반도 전역을 방어할 만한 포대 개수이고, 충분한 방어력을 갖추려면 3개의 사드 포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사드 배치 비용은 3조 6천억 원으로 늘어나고 트럼트 대통령이 요구하는 비용까지 합칠 경우 5조 원 가까운 국방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록히드마틴사는 역대 정권과 비교해 무기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록히드마틴에서 무기 구입비 107억2475만 달러(약 12조4398억원)는 노무현 정부(1억976만 달러·5년)의 100배가량, 이명박 정부(7억7777만 달러·5년)에 비해서도 13배 이상 증가했다.
 
공군과 해군의 한국형 전투기 KF-X 120대 개발, 공군 주력 KF-16 134대 성능 개량, 해상 초계기 바이킹 12대 등 항공기 사업은 록히드마틴이 ‘싹쓸이’했다. 도입 비용만 27조8000억 원에 이른다. 항공기의 경우 가동되는 30~40년간 막대한 부품비·운영비가 계속 들어간다.
 
대통령 비선 실세의 이름도 나왔다. 바로 정윤회·최순실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이름이 방산 분야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은 노후한 전투기를 대체하는 KF-X(차세대 전투기) 사업이었다. 향후 30년간 우리 영공을 책임질 전투기를 선정하는 작업으로 전투기 구입비 7조3000억 원, 부품 교체비 등 운영비까지 합하면 30조 원이 넘게 투입되는 초대형 안보 사업이다.
 
미국 보잉사의 F-15SE(사일런트 이글), 록히드마틴의 F-35,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이 경쟁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을 위해 레이더 등 4가지 핵심 기술 이전뿐 아니라 항공기 사업 투자까지 약속했다. 반면 록히드마틴은 핵심 기술 제공을 거부했고, 가격도 비쌌다.
 
2013년 9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보잉의 ‘사일런트 이글’을 최종 선정한다. 그런데 2014년 3월 김관진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보잉 전투기 선정을 취소하고 록히드마틴의 F-35A로 기종을 변경했다. 기종 선정이 번복되면서 잡음이 컸다. 당시 김 실장은 “정무적으로 판단했다”는 말을 남겼다. 이때부터 정윤회·최순실 이름이 거론되었다.

린다김 마약 투약 긴급 구속...‘정권 실세 입막음용?
 
국방부나 록히드마틴사에서는 최순실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데다 무기중계상으로 유명한 린다김과 최 씨 친분설까지 나오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린다김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기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은 최 씨가 무기 거래에 관여한 단서를 잡고 린다김에 대한 수사를 위해 대전교도소를 방문했지만 면담을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린다김은 최 씨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작년 10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는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방산 비리 관련 린다김의 입을 막기 위해 구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국방전문가로 알려진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 7월 사드가 전격적으로 배치됐는데 당시 록히드마틴 측이 현 정부 실세들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당시 록히드마틴이 접촉한 비선 실세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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