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대기업들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대통령에게 이권을 청탁하지 않고 대통령의 돈 요구에도 응하지도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지난 1월 권력은 기업이 “안 주면 안 준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팬다”고 하소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줬다고 구속되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박 대통령에게 줬다는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불려 다니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권력과 기업의 창구 역할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탈퇴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LG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4대 재벌기업들이 모두 전경련을 떠났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은 권력과의 정경유착 고리로 이용될 소지가 있는 기업의 대(對)정부 협의 업무도 줄이거나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 기업의 통상적 대관(對官)업무마저 마비되기도 했다. 이제 대기업들이 권력과 유착 관계를 정말 끊고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독자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서는 게 아닌가 기대케 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축하 신문광고를 보면서 그들에 대한 정경분리 기대감은 사라졌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업들이 주요 일간지들에 당선 축하 광고를 연이어 실어주며 대통령의 눈도장을 찍어두려 적극 나섰다는 데서 그렇다. 
삼성은 주요 일간지에 전면 당선 축하 광고를 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대한민국의 희망이 시작됩니다 / 더 많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원합니다’고 썼다. 두산도 전면 광고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이 열렸습니다’고 했다. POSCO도 전면 광고를 싣고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 나라를 나라답게 기업을 기업답게 / 대한민국 모두가 바라는 대통령을 만납니다’고 했다. LOTTE도, GS그룹도, DOOSAN도 일간지 전면 광고로 문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물론 대기업은 신문광고를 통해 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해선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며 전경련을 탈퇴하고 대관업무까지 재조정하는 등 법석을 떨었었다. 대기업들이 정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강렬하다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축하 광고는 내지 말았어야 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와 대기업의 정경분리 원칙을 엄격히 지키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적지 않은 광고비를 써가며 문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다투어 게재했다. 문재인 권력과도 정경유착의 끈을 대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니면 밉보였다가는 괘씸죄에 걸려 얻어터질 게 두려워 그랬는지도 모른다. 실상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10일 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4대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과 관련,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겁을 주었다. 
대기업들은 대통령의 ‘재벌 적폐 청산’에 겁먹고 마음에 없으면서도 “새날이 밝았다”며 용비어천가를 불렀는지 모른다. 대기업들이 대통령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경쟁하는 한 정경유착 고리는 끊길 수 없다. 기업들이 새 정권과 유착하게 되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때 기업들은 전 정권에 줬다며 또 두들겨 맞을 수 밖에 없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처럼 기업들이 대통령에게 환심 사려 머리 숙이거나 꼬리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 구미 기업들처럼 당선 축하 광고는 내지 말아야 한다. 비록 “안 준다”고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당선 축하 광고 등 속 보이는 짓은 말아야 한다. 여기에 정경유착을 벗어난 기업의 독자성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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