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정동영 ‘왕따’ 작전 전모
정동영,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현직 의장의 당내 입지가 위태롭다. 여권내에선 당장 정·김 두 대권주자의 기득권 포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범여권 대권주자인 이들은 이젠 침몰하는 배에서 자초할 위기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표류할 배조차 없어 보인다. 이들은 마력과도 같은 여론조사와 여권의 제3후보론에 떼밀리는 모양새다. 대권주자인 이들에겐 상당한 타격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경쟁은 대권주자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다. 제아무리 대선이 11개월 남짓 남았어도 여론조사의 지지율 폭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정동영, 김근태 두 전현직 의장의 ‘2선후퇴론’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바로 여론조사의 메커니즘에 기초 하고 있다. 이들은 범여권의 대권 수험생이다. 아직까지 그렇다. 향후 어떤 변화조짐이 생길지는 점칠 수 없지만, 이들은 여전히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이다.

10%대도 안되는 정·김 두 주자의 낮은 지지율. 최근 이들의 어깨가 더욱 처져 보이는 것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지지율 여파 때문이다. 특히 정 전의장은 고건 낙마로 반사이익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되레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빅3중 한 사람인 손학규 전경기지사에게도 밀리는 형국이다.

지난 2일 CBS와 여론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주간여론조사 결과, 범여권 후보로 손 전지사는 6.9%를 기록한 반면,
정 전의장은 6.2%에 그쳤다. 물론 예전 지지율에 비하면 정 전의장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했다. 고건 불출마 선언 효과가 부른 수혜자임에는 분명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연구원은 “정 전의장이 고건 전총리의 대권포기 선언으로 어느 정도 혜택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범여권 정계개편의 축에서 바라볼 때 얼마만큼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라고 진단했다.


정치적 입지 위협받는 정·김

낮은 여론조사만이 두 사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당내에선 정·김 대권주자 2인방의 정치적 입지 또한 좁아진 상태다. 탈당을 선언한 이계안 의원은 “대권주자인 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여당은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쇄기를 박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두 주자는 중도그룹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들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주역이기는 하지만 이미 실패한 사람들이다. 모두들 그렇게 간주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여권에선 회생 불가능한 인사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젠 당내에서조차 두 주자를 향해 노골적으로 ‘2선 후퇴’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정 전의장 캠프측의 한 관계자는 “대선경쟁은 지금부터고, 아직 시간은 있다”며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대권구도를 판가름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반박했다.

이런 반응은 여권에서만 통하는 발언은 아니다. 대통합의 기본 축에 묶여있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오고가는 얘기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대통합의 신당을 창당하는데 (이들이)동참할 의향이 있다면 이들 스스로가 주연역할을 하기보다는 조연역할을 자임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대선주자로서 향후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나서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향후 이들이 대선무대에 선다고 해도 현시점에선 빛나는 조연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손학규, 정운찬, 진대제 신선미 가미

이들 정·김 두 전현직 의장이 당내에서 소외되는 이유는 또 있다. 손학규, 정운찬, 진대제, 박원순, 문국현 등 제3후보군의 급부상 때문이다. 당장 당내 중도성향의원들이 손 전지사를 범여권 후보군으로 내세워야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지않고 있다.

제3세력의 출현은 정·김 두 대권주자의 당내 지분까지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여권내에선 이미 중도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중도보수바람에 불만을 품은 개혁성향의 임종인 의원은 탈당을 결행했고, 386세대 의원들 중에서는 향후 탈당을 결심한 의원들도 있다. 이런 당내 변화조짐에 중도색 짙은 손 전지사가 범여권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손 전지사 캠프의 이수원 공보특보는 “당을 나와 범여권 후보군으로 나설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 세력이 제3지대에서 함께해 대권후보군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전의장은 손 전지사의 ‘범 여권행’에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정치적 고향인 전북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범여권 후보자로 손전지사가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에서) 열심히 뛰는 대권주자를 데려오는 일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견제했다.


정운찬 정치적 손익계산 저울질

정운찬 전서울대총장과의 정치적 함수도 관심사다. 정 전총장의 등장으로 정·김 두 주자의 대권행보에 변화가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 전총장은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에 앞서 지난달 30일 “정치에는 생각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전혀 없느냐’는 <일요서울> 기자의 질문에 돌연 “언론과는 접촉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엉뚱한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정 전총장의 불명확한 태도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정 전총장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적절한 시점에 대권주자로 나올 만한 입지가 확보되면 정치에 입문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 전총장이 현시점에서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기는 이른 감이 있다는 시각이다. 나름대로 손익계산을 한 후에 대권출마여부를 저울질할 것이란 관측이다.

제3후보군의 정치적 등장은 많은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제3세력의 신선한 등장으로 정·김 2인방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는 파괴력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의 대통합 시나리오

천정배 의원의 탈당선언으로 개혁신당의 시나리오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주역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그의 동선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최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의 의원실 보좌진들도 국회의원회관에 머무를 시간조차 없이 덩달아 분주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합 추진을 위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과연 천 의원은 어떤 대통합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그는 개혁신당을 주창하고 있다. 막연한 시나리오 전개보단 사람중심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 바탕에는 한나라당 세력, 기득권 보수 세력과는 맞대응하겠다는 기본 근간이 뿌리내려 있다. 쉽게 말해 천 의원은 ‘사람중심의 성장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적인 노선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했다.

그는 “기존의 토목 건설공사, 대규모 자본 투자 등의 경제적인 패러다임에서 사람과 기술 등이 동력이 되는 신 패러다임을 구성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한 “높은 기술은 사람이 감당해야한다”는 견해다. 단순히 추상적인 것을 갖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기술, 투자 등을 고려한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치생명을 걸고 뚜렷한 목표점을 찾아 나서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신당을 창당하는데 있어 그가 주도해나갈 의사는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일종의 토대, 디딤돌 역할을 마련하는 일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선 “당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비전을 갖고 공유점을 찾아나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더불어 정동영 전의장, 김근태 의장과도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정 전의장은 아직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 정 전의장은 탈당의 데드라인을 2·14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잡아놓고 있다. 천 의원측은 이에 대해 “(정 전의장이) 아직 탈당을 결정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큰 방향에서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종걸, 김재윤, 안민석 의원 등의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천의원측은 “정치생명을 걸고 (정치를)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결정할 것”이라며 하지만 “탈당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천 의원이 그려나가는 신당창당에는 그가 직접 기득권을 쥐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다만 그의 대권 동선을 위한 발판 작업의 일환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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