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적폐 청산” 환영, 野 “정치 감사” 우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23일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와 관련, 지난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 우려를 집중 부각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정권 초기 각종 현안을 제쳐두고 직접 지시하면서까지 서두르고 있는 배경을 두고 MB정부를 겨냥한 정치 감사 아니냐는 것이다.

범(凡) 보수 정당이면서도 ‘물과 기름’ 같았던 두 당은 이날 일제히 ‘한풀이식 정치 보복’, ‘전형적인 정치 감사’, ‘법적 위반 절차’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부으며 정치 감사를 경계했다.

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 기관을 청와대에서 철저히 독립한다는 게 이 정부의 약속인데 이미 세 차례나 감사가 이뤄진 전전 정권의 4대강 사업을 같은 기관에 또 감사를 시키는 게 정치 감사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전표 전 경남지사도 지난 2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4대강 보로 인해 홍수와 한해가 없어졌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작부터 헛발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설픈 환경론자들의 무지한 주장을 받아들여 4대강 보를 허물자는 정책은 무식의 소치”라면서 “4대강의 지류, 지천 등 비점오염원에 대한 수질개선 사업을 하지 않으면 녹조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문 대통령을 향해 “감사원법에 의하면 감사원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대통령은 4대강을 감사 지시할 수 없다”면서 개혁 독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에 대해 절차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 역시 대통령 지시만으로는 감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감사원 관계자는 “아직 정식적인 감사 요청을 받은 게 없다”며 “감사원법과 규정에 감사 착수 요건이 정해져 있는 만큼 공식적인 절차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24일 “감사원법 제2조 1항에 감사원이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도록 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청와대 수석의 지시로 감사를 시작할 수는 없다”며 “감사가 진행되려면 국무총리가 감사를 요구하거나 관계부처 장관, 또는 300명 이상의 일반 국민이 서명을 받아 공익감사를 청구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날 “제 상식으로는 대통령께서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환경파괴나 에산집행 등의 문제제기에 대한 구체적 감사가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면서 “4대강 사업 과정 하나하나에 있어서 공사비리, 이런 문제보다는 합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정권이 앞장서서 이 사업을 하게 됐는지, 이 부분에 대한 근복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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