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 vs 민원의 온상 도심 곳곳 갈등↑

을지로 13길 노가리 골목 전경.
지역상인 목숨 줄, 허용 전후比 매출 2~3배 상승
상인 - 허용, 시민 - 제재, 정부 - 난감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기온이 30도를 웃돌자 서울 도심 곳곳의 음식점, 주점 야외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찬다. 하지만 음식점, 주점의 야외테이블 영업 즉 ‘옥외영업’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 시기에 1년 치 수익이 나온다’며 허용해 달라 아우성치는 상인들. ‘보행에 불편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제재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보행자들. 옥외영업으로 소음 등 고질적인 민원이 이어져도 대책 없는 시·구청 관계자들. 서울 시내 옥외영업 허용 그 앞과 뒤를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의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찾았다. 이 일대의 을지로 11·13길 충무로 9·11길 465m 구간은 지난 5월 초부터 한시적 옥외영업이 허용된 곳이다.
 
을지로 11길만 해도 퇴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비교적 한산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열린 ‘을지로 노가리 호프 축제’ 현수막이 부착된 을지로 13길에 들어서니 거리를 가득 메운 야외테이블에 손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음식점·주점마다 펼친 야외테이블은 최소 10개에서 많은 집은 20개가 넘어 보였다.
 
야외 장사 세금 더 내
 
상점마다 평균 2~5개를 제외한 야외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종업원들은 음식을 옮기거나 양손에 맥주잔을 5~6개씩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A 음식점 사장 이모씨는 “야외에서 장사하는 게 정식 허가가 나서 다행이다”며 “우리는 이 기간에 버는 수익이 거의 1년 매출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8시 서울 성북구의 성북천 일대를 찾았다. 이곳 일부는 옥외영업으로 허용된 곳이 아니다. 따라서 옥외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1차 시정명령, 2차 영업정지 7일, 3차 영업정지 15일의 처분이 내려진다.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인근에서 구청 행사도 많이 열려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유동인구가 많다”며 “하지만 밖에서 장사하는 게 불법이라 ‘못 먹는 감’과 다름없다. 손님들은 전부 야외 테라스 있는 곳에 간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야외에 테이블을 치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들었다”며 “이 일대 상인들 전부가 세금을 더 내서라도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 일대에 옥외영업 신고가 끊이질 않아 실제로 격일에 걸쳐 구청이 단속을 했고 그로 인해 영업 정지를 당한 점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주점만이 아니라 커피전문점 업체들도 옥외영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 대형 커피전문점 관계자에 따르면 호주는 커피의 본고장이 아님에도 최근 들어 커피 산업이 크게 발전한 국가 중 하나다.

이 관계자는 호주 커피시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직전 법률로 금지했던 카페 옥외 영업이 가능해진 이후부터 급속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호주 정부가 환경을 뒷받침해 주니 10년이 넘게 커피 붐이 지속된 것이라며 국내도 점차 저성장하는 커피업계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옥외영업 허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적 효과가 크자 옥외영업 허용 바람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경기도 안산, 광교, 의왕, 대구 수성구 일대 등이 일부 지역의 옥외영업을 허용했다.

경기도 의왕시 관계자는 “2014년 이태원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후 전체 상권 매출이 20% 이상 증가한 바 있다”며 “의왕시도 옥외영업을 허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옥외영업 구역만큼 시민들의 불편함도 가중되고 있다. 인근 보행자와 거주민은 소음, 고성방가, 불법주차, 쓰레기 무단투기, 폭행 시비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장인 이모씨는 분위기는 좋지만 퇴근하고 이곳(을지로 3가 일대)을 항상 지나가는데 담배 냄새, 쓰레기로 불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취객으로 인한 말썽도 끊이지 않는다. 을지로 3가 인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 모 씨는 “(옥외영업이 허가되고) 많게는 하루에도 두세 차례 폭행 시비가 있다”며 “인근 상가 사장님들은(장사가 잘 되니) 좋을 순 있어도 퇴근하고 집에 갈 때면 취객들이 몸싸움하는데 휘말리기라도 할까봐 조심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취객, 쓰레기 넘쳐나
 
거주민 비율이 높은 곳의 문제는 심각하다. 성북구 한 주상복합에 거주하는 박모씨의 자녀 박모군(7)은 지난해 야외테이블 옆 깨진 유리를 보지 못하고 넘어져 크게 다쳤다. 해당 상점 주인은 거듭 사과를 하고 치료비를 내줬지만 박 씨는 아이가 또 다칠까 봐저녁시간이 넘어서는 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옥외영업 허용과 함께 길거리 폭 유지 조항과 영업시간 엄수 등이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만 옥외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토요일에만 오전 8시부터 자정을 넘긴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허용하고, 일요일에는 정오부터 자정까지만 옥외영업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영국, 프랑스 등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옥외영업을 장려하지만, 보행자를 위한 최소 공간을 확보하고 운영시간을 되도록 자정을 넘기지 않는 등 시민의 편의를 우선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의 위생과, 가로환경 등 4개가 넘는 부서가 협업해 옥외영업을 관리하고 있다”며 “한 주에 한 번씩은 해당 과에서 점검을 나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질적인 민원 문제들은 그때그때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상권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옥외영업을 허용해 달라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행자, 거주민의 불편이 없도록 해당 주민 센터 등과 협의해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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