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한진그룹이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들어가면서 향후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표 체제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현민 전무의 존재감이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그룹의 핵심 사업이 될 호텔·관광 분야를 조 전무가 맡으면서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한진을 중심으로 종합물류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는데, 꾸준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호텔·관광·레저를 향후 핵심사업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무는 최근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현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에서 물러난 지 2년여 만이다. 조 대표는 관광계열에서 경영권 승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전무와 그랜드 하얏트서울 총지배인을 역임한 데이비드 페이시를 각각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2013년 대한항공 호텔사업 부문을 양도 받아 그랜드 하얏트 인천과 제주 KAL 호텔, 서귀포 KAL 호텔 등을 경영하고 있다.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기 전까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09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사업을 키워왔다.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1월 칼호텔네트워크를 비롯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조현민 전무의 대표이사 선임은 자회사에 대한 책임경영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한진칼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현재 한진칼 자회사인 한진관광과 정석기업의 대표 이사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전무는 최근 전경련이 미국에 파견한 경제사절단 단장을 맡으며 재계에 정식 데뷔했다. 그간 언니인 조 전 부사장과 실질적인 후계자로 지목된 조원태 사장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요사이 주요 요직을 꿰차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파견을 통해 국내외 네트워크 확대 등을 통한 해외 비즈니스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전무의 경제사절단 참여가 미국 내 투자 관련 행사라는 건 주목할 만 한 부분이다.
 
한진그룹이 오는 6월 미국 LA에서 윌셔 그랜드 호텔을 개장하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서다. 앞서 그룹은 대한항공의 여객사업과 함께 호텔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해당 호텔에 총 10억 달러(약 1조1030억 원)의 자금을 투자한 바 있다. 한진그룹 측도 트럼프 정부와 연관된 행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호텔사업은 이전까지 조 전 부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다시피 했지만, 조 전 부사장의 공백으로 동생 조 전무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 조 전무는 지난해 7월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의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는데, 오빠인 조 사장과 함께 조 전 부사장의 빈자리를 메우며 사실상 경영전면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조 전무는 앞으로 ‘항공-호텔-관광’ 사업을 3대 축으로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무는 한진칼 지분을 조 전 부사장과 같은 2.48%를 보유하고 있어 조 회장(17.9%)과 조 사장(2.49%)의 뒤를 잇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향후 조 전무의 지분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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