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김상조 등판…골목상권 두고 미묘한 신경전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가 좌불안석이다. 문재인 대통령-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 재벌 저격수의 잇따른 등판으로 기업이 목을 죄이는 형국이다.

유통업계는 더 큰 벽을 만났다. 골목상권 척결의 대표주자인 우원식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재벌 적폐를 지적하는 대통령과 경제 내각 구성 의원들, 여기에 원내대표까지 골목상권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며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는만큼 곧 업계는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혹시 모를 불똥에 대비하면서도 정치권 움직임을 예의주시 중이다.

대기업, 점포 출점·시장 진입 등 규제 강화 조짐에 ‘한숨’
소상공인 ‘반색’…을지로위원회 대통령 직속 기구 격상

한 대기업 대외협력팀 직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긴장의 연속이라고 하소연한다.

아직 사정당국의 매서운 발톱이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내각 구성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과거 기업에 적대적 감정을 지닌 인사의 등용이 눈에 띈다.

특히 유통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당내 을지로위원회를 지금의 을지로위원회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을지로위원회는 2013년 5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를 통해 구성됐다. 을(乙)지로에 乙지키는 길, 법(LAW), 노력(勞力)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사회의 시대적 과제인 불공정, 불평등에 맞서 ‘정치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물음에 대해 답하며 ‘약자들에게 힘이 되는 정치’ ‘공정하고 차별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동안 을지로위원회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대규모 점포의 출점으로 인한 지역상권 피해 이슈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성과를 냈다. ‘을지로위원회’는 남양유업과 롯데 세븐일레븐 등 유통업계의 불공정거래, 삼성전자서비스 등의 간접고용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했다.

그런 그가 이제 원내대표가 됐으니 그야말로 날개를 단 형세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을지로위원회를 범정부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강성 여 원내대표 등장에 초긴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교수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내정자는 앞서 재벌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가맹본부의 갑질 문제 등 골목상권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내정자는 “공정위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 가맹점 등 자영업자 삶의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라며 “공식 취임하면 초반 집중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맹점 등 골목상권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걸려 있고 정확한 ‘팩트파인딩’(사실확인)이 안 되면 의욕만 앞선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하면 공정위는 사실확인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칼을 들이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잘못 칼을 휘두를 경우 산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문재인 정부와 우원식 대표가 주도하는 ‘골목상권’ 살리기 경제정책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우 의원이 전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만큼 그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계형적합업종의 법제화는 필수적”이라며 “소상공인들을 보호 대상으로만 여기는 소소한 지원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소상공인 스스로 자강할 수 있는 소상공인 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 타격 불 보듯”  유통계 ‘울상’

반면 유통업계는 울상이다. 문재인정부 하에서 가맹사업에 대해 상당한 철퇴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가맹업계는 가맹 사업이라는 것이 본사와 가맹 점주가 상생하는 ‘상생 비즈니스’라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많이 개선됐다 해도 아직은 미흡하다” 며 “소상인 입장에선 여전히 대기업만 문제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대기업이기에 받는 부당함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인해 유통업계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유통업계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다.
유통업계는 일단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청업체와 하도급 업체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도 분주한 모습이다.

유통기업들은 상생 이슈의 중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업의 목소리에도 좀더 귀를 열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원식 대표가 복합쇼핑몰 등 유통기업의 대규모 점포 규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유통산업 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야말로 유통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유통업계는 그동안 자정 노력을 통해 불공정관행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공정위의 칼날은 오히려 위축된 유통업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상조 내정자-우원식 원내대표의 활약이 기대된다. 두 사람 모두 재벌 저격수로 정평이 난만큼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 원년이 될지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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