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는 者가 더 치밀하고 과감하게’

1인당 사기 금액 늘고, 건수는 줄어… 지능 범죄로 진화중
CCTV 설치 확대, 국민 근절 의식 함양 등 근절책 마련에 부심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7000억 원대로 조사됐다. 적발 금액이 매년 증가해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한 것. 범죄 형태도 해가 갈수록 대범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이는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며 수사와 처벌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지난 1년 동안 적발된 보험사기 피해 사례를 살펴보고 그 원인 파악과 근절 방안에 대해 취재했다.

 
#1. 군 특수부대 전역자 A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사 2명과 함께 약 80여 명에 이르는 전·현직 특수부대원을 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의료 기록을 조작해 보험금 180억 원을 챙겼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 수사과에 따르면 A씨는 고가의 차량과 시계를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보험 가입 후 아픈 행세만 하면 ‘나처럼 잘살 수 있다’고 동료 대원들을 현혹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루된 의사들은 한 건당 5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2. 지난달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불법 주차된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아 보험금을 타낸 현직 보험사 직원 김 씨를 구속했다. 김 씨는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차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일대에 불법주차된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아 다친 행세를 하며 총 2000만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업계 일처리에 밝은 김 씨는 사고 현장에 나온 보험사 직원을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 “보험사 직원이 갑질했다” 등으로 협박해 9배 이상 많은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3. B병원 병원장 C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입원이 필요없는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하고 허위 진단서 등을 발급해 환자 130여 명으로 하여금 보험회사로부터 45억 원을 편취하도록 방조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병원 영업이 잘 되지 않자 이 같은 범죄 행위를 모의했다고 진술했다.
 
#4. 지난해 3월 D사의 사장과 상무 등 2명은 자금 사정으로 회사 운영이 어렵자 화재보험에 가입한 후 4개월 뒤 공장을 고의로 방화해 보험사로부터 화재보험금 14억 원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적발됐다.
 
특별법 시행 후 적발 늘어
 
지난 20일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대응단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전년대비 9.7% 증가한 7185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549억 원 2014년은 5997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도 870만 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으로 집계됐다. 2015년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은 780만 원 2014년은 710만 원이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먼저 적발된 보험사기 중 허위 혹은 과다 입원·진단·장해 건이 5097억 원(70.9%)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양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살인· 방화 등 고의사고가 1215억 원(16.9%), 자동차 피해 과장 청구 485억 원(6.8%) 순이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자동차 보험 사기 비중은 45%로 감소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보험사기 비중은 2014년 50.2%, 2015년 47%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는 도로 폐쇄회로 카메라(CCTV)의 증가로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사기 적발이 증가한 데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시행으로 수사당국의 협조가 늘어서다.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은 지난해 9월경부터 시행됐으며 기존 사기죄에 해당되는 보험사기를 특별법으로 지정해 강도 높은 처벌이 가능해졌다.
 
사기죄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보험사기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 재판을 받아 형이 확정되면 보험사기로 수령했던 금액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처벌이 무거워지며 보험사기 한 건당 피해 금액은 커지고 형태도 점차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 관계자은 지난 한 해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8만 3012명으로 전년대비 0.5% 감소한 반면 적발 금액은 1인당 평균 사기금액 870만 원으로 전년대비 11.5% 증가한 것을 예로 들었다.
 
보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험 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허위 입원, 편승 자동차 수리하는 형태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는 주로 보험사에 접수된 신고를 기반으로 조사에 착수하는데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해 신고는 매해 줄어들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의 지난해 10월 보험사기 신규 조사 착수 건수는 2625건으로 전월(3799건)대비 3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포상금 1억9300만 원
 
이에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신고 포상액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해 보험사기 근절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1건당 가장 많은 보험 금액을 수령한 이는 지난 4월 총 1억 9300만 원을 수령한 E씨다. 그는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 살해해 보험금을 편취한 한 남성의 사건을 제보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기의 경우 사기 수법이 은밀하고 고도화돼 적발이 쉽지 않고 뺑소니나 방화의 경우도 제보가 없으면 파악이 불가능하다”면서 “최근에는 신종 보험 출시에 따라 새로운 보험사기가 출현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기획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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