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시작됐나? 논공행상에서 안 보이는 사람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먼저 자리를 잡아가는 곳은 청와대다. 문 대통령은 함께 일할 참모진부터 꾸렸다. 눈에 띄는 것은 박원순·안희정계 인사들의 발탁이다. 경선 포기를 선언했던 박 시장과 끝까지 치열한 경선 경쟁을 했던 안 지사를 끌어안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통합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영선 의원, 이재명 시장, 김부겸 의원 본인이나 지인들의 발탁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들 모두 더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뛰었던 만큼 이런 상황을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권을 두고 권력 싸움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서실장 임종석·사회수석 하승창·대변인 박수현 등 임명
‘공신’ 김부겸·이재명·박영선 등은 하마평만 무성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캠프의 대변인을 지냈던 박수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대통령의 입’이라 불리는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공유해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는 최측근 인사를 앉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변인 임명은 다소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대통합·대탕평 인사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급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물을 기용하며 화합을 강조한 바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조현옥 인사수석은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임 실장은 2014~201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며 박 시장과 호흡을 맞췄다. 하 수석은 임 실장의 정무부시장 후임으로 2011년과 2014년 박 시장의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 선거 총괄을 맡아 ‘박원순의 복심’으로 평가받는다.

김 수석은 2014~2017년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장으로 박 시장의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조 수석은 2011년 선거 캠프에서 박 시장을 도왔고, 이후 서울시에 들어가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시민 중 한 사람으로 조용히 지내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며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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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뛴
추·박·김·이

 
박 시장과 안 지사 인사들을 문 대통령 주변에 임명함으로써 문 대통령은 그동안 시달려 왔던 친문패권주의 비판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추미애 대표, 박영선 의원, 이재명 시장, 김부겸 의원 등의 인사들이 발탁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나온다.

추미애 대표의 대표적인 당내 측근은 김민석 전 의원이다.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김 전 의원을 요직에 앉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김 전 의원은 선거 기간에 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 직을 맡았다.

선거가 끝난 직후에는 당 사무총장 내정설이 돌 만큼 추 대표와 김 전 의원은 각별한 사이였다. 당시 추 대표가 김 전 의원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추천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이 임명할 수 있는 당 사무총장에 내정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내정설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때 당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민주연구원장직을 맡았다.

박영선 의원은 당 경선 이후 탈당설이 불거질 만큼 문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탈당설을 일축하고 선대위원장을 맡아 문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선거 이후 자연스레 박 의원의 입각설이 흘러 나오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사실 박 의원의 문재인 후보 지지는 선거 기간 중 큰 힘을 발휘했다. 자칫 박 의원이 탈당했더라면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문 대통령 곁에서 끝까지 선거를 도왔고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온 몸을 내던졌던 김부겸 의원도 꾸준히 입각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재명 시장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 측근들이 대거 청와대에 들어간 것에 비교하면 홀대받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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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게 경쟁하는
잠룡들, 승자는 누구?

 
추미애 대표, 박영선 의원, 김부겸 의원, 이재명 시장 이들 네 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소위 잠룡들이다. 추 대표와 박 의원은 서울시장, 김 의원과 이 시장은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민주당 내에서 서울시장 직은 최고의 인기 직이다. 추 대표가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여의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박 의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현직인 박원순 시장이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 측근인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되자 문 대통령이 박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여의도에서 문 대통령의 추 대표·박 의원 견제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과 이 시장이 입각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차기 서울시장과 대통령 후보로 이들 대신 박 시장과 안 지사를 낙점하고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소리다. 아직 장차관 인사가 남아있는 만큼 네 사람의 입각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가능성으로만 그칠지 실제 제의까지 올지는 알 수가 없다.

보수 진영의 궤멸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호기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유능한 잠룡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들만의 리그로 정권을 쟁취했다. 문재인 정부는 시작과 함께 치열한 차기 주자들 간의 싸움이 예상된다. 과연 승자는 누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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