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2월16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17일로 예정되어 있던 자신에 대한 의회의 탄핵을 하루 앞두고 이루어진 전격 명령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미 정가는 클린턴 대통령이 섹스스캔들로 인한 의회의 탄핵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분석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사임 4개월 전인 1974년 3월20일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문제 삼아 의회가 자신을 탄핵하려 하자 핵폭탄으로 의사당을 공습해야겠다 농담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로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워터게이트’ 파문이 확대됨에 따라 닉슨 대통령의 정신 상태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또 제임스 슐레진저 당시 국방장관은 장군들에게 대통령으로부터 핵 공격이 내려지면 반드시 사전에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 초조감에 빠진 닉슨이 핵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 요구에 대한 언론 보도로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우군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탄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각의 각료들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뭔가 만회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어젠다로는 불가능해 보이고 결국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 같다. 전쟁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모든 여론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전쟁의 유력 타깃은 김정은의 북한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 그렇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계속되고 있다. 단순한 미사일 방어 군사장비가 아닌 정치적 상징이 되어버린 사드배치 문제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마찰을 일으켜 한국이 미국과의 대북공조에서 이탈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안보 현실은 헌정사상 최악의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것은 해외정책에 있어서의 협치(協治)다. 북핵 문제 등 당면한 안보 및 외교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 야, 보수, 진보를 떠나 힘을 합쳐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외교·안보 라인 인선을 두고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그들의 개인 비리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의 전문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특히 외교부 수장으로 내정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특보는 주로 다자외교와 난민구호 쪽에서 일했지 북핵 외교나 미·중·러·일 4강(强)과의 양자외교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음에도 단호한 응징 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우리 국민들에게는 상상 못할 재앙이 될 전쟁카드를 들고 나올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보·외교 정책에 있어 정권 담당 세력의 입장만을 고집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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