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섭외 1순위가 올해 가장 인기 뮤지션이라는 정설

학교별 인기 뮤지션 모셔가기 전쟁으로 섭외 경쟁도 치열

구미대학교 공연 사진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벚꽃이 한창일 때 캠퍼스는 시험 기간에 접어든다. 벚꽃은 즐기지 못하지만 시험 기간이 끝나면서 캠퍼스가 한껏 달아오른다. 바야흐로 축제 시즌이다. 대학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존재는 단연 연예인. 총학생회에서는 축제 몇 달 전부터 인기 가수 섭외에 혈안이 된다. 인기 가수 섭외 여하에 따라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도가 달라지기 때문. 특히 대학 축제에 많이 섭외된 가수는 곧 그해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이라는 말도 나올 만큼 대학별 섭외 경쟁도 치열하다.

단국대학교 축제 전경

바야흐로 5월 대학 축제 시즌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지난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축제 준비에 각 학교들은 인기 가수들 섭외로 바빴다. 가수를 섭외하는 능력이 곧 학생들의 참여와 타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하기 때문.


이번 대학 축제에서 대세를 입증한 뮤지션은 누구일까.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이 궁금하다면 그해 대학 축제에 가장 많이 섭외된 가수를 찾아라’고 귀띔한다. 대학 축제에 많이 섭외된 가수가 곧 그 해의 인기 가수라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볼빨간 사춘기


실제로 독특한 목소리와 실력으로 내놓는 곡마다 음원 사이트 1위를 점령하며 음원 강자로 떠오른 ‘볼빨간 사춘기’는 현재 대학 축제를 넘어 각종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하려는 업체 러브콜에 기분 좋은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유

지난해 전국의 캠퍼스를 풍미했던 아이유에 이어 올해 가장 인기 있는 가수의 영예는 바로 2012년 ‘강남스타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빌보드 가수 싸이(PSY)에게 돌아갔다. 실제로 한 온라인 조사회사 피앰아이(PMI)가 20~34세 남녀 2216명을 대상으로 ‘대학교 축제에 부르고 싶은 가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싸이‘가 23.1%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연세대 공연중인 아이유

지난해에도 ‘싸이’는 전국 대학교 축제를 누비며 ‘축제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싸이’는 떼창(큰 무리가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이 가능한 수많은 히트곡과 열정적인 무대 퍼포먼스로 열기를 더해 늘 대학 축제의 인기 순위로 꼽힌다.

공연중인 싸이

‘싸이’에 이어 최근 정규 4집을 발표한 ‘아이유’가 5.9%로 지난해 1위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15일 새 앨범 ‘SIGNAL’로 인기몰이에 나선 ‘트와이스’가 5.5%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유


이 인기 가수들을 섭외하는 치열한 접전에서 승리한 캠퍼스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와 학교의 위상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수년째 그해 인기가수들을 잘 섭외해내기로 유명한 단국대의 축제는 이번에도 탄탄한 라인업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블랙핑크

지난 17일~19일까지 3일간 진행된 단국대학교(죽전캠퍼스)의 축제는 이번에도 화려한라인업을 자랑했다. 이 축제에는 볼빨간 사춘기, 싸이, 산이, 장기하와 얼굴들, 신현희와 김루트 등 화려한 스타들이 캠퍼스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블랙핑크
마마무


또 앞서 성균관대에서는 다이나믹듀오, 산이, 헤이즈, 민경훈, 볼빨간 사춘기, 에픽하이 등 힙합 가수들의 위주로 열정 가득한 무대를 꾸몄다. 또 단국대와 동일한 기간에 축제를 연 홍익대는 스웨덴 세탁소, 바닐라어쿠스틱, 에일리, 울랄라세션, 슈퍼비&면도, 크러쉬, 딘딘 등 어쿠스틱부터 힙합까지 다채로운 장르로 학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핫’한 라인업,
추가 예산 확보가 비결

마마무

이처럼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는 대학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단국대 총학생회는 인기 가수 섭외의 비결로 추가예산 확보를 꼽았다. 단국대의 축제를 총괄했다는 김계진 총학생회 회장은 “아무래도 학교 지원 예산에는 한계가 있어 유명 가수를 섭외하기 위해 외부업체의 광고를 통해 확보한 추가예산으로 부대 비용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또 “학생회 측에서 모든 섭외를 진행하려 하기보다는 전문 업체나 학교 측의 도움을 얻는 것도 좋다”며 “우리도 현재 학교 측에서 공개 입찰하는 방식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구미대학교 공연 사진
구미대학교 공연 사진


전문 섭외 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대학 축제 기간에는 두세 달 전부터 가수 섭외에 비상이 걸린다”며 “아무래도 방송이나 타 공연에 비해 대학 축제 공연은 상업적이지 않기에 섭외비용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신입급을 막 벗어난 신예 인기 가수들의 섭외 비용도 1000 단위를 훌쩍 넘기 때문에 분위기를 잘 띄우고 섭외 비용도 적절한 힙합 가수들이 단연 인기”라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진 신인 힙합 가수들을 섭외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덧붙여 올해 대학 축제 섭외 1순위에 이름을 올린 가수 싸이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그는 “해마다 섭외를 하며 많은 가수들을 봤지만 싸이만큼 의리 있는 가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로 한창 미국 빌보드 상위권을 기록했던 때에 싸이는 경기도 권 대학 축제를 종횡무진하며 ‘경기대첩’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대학생 축제인지
연예인 축제인지 헷갈려

하지만 자칫 학생들의 자치행사인 ‘대학 축제’가 모 가요 프로그램만큼이나 상업적인 성격으로 축제의 의미를 변질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나
트와이스 지효


축제 시즌에 대학들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일명 ‘연예인 모시기 경쟁'을 벌이는 것이 사실. 더욱이 비슷한 시기 전국의 대학들의 축제가 겹치면서 대학들은 유명 연예인 섭외를 위한 과열 양상마저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연예인은 고작 10분 남짓한 공연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섭외비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가수도 최소 400만 원 이상의 섭외비용이 든다. 여기에 포스터, 무대 등 부대 비용 등 추가 예산까지 더하면 액수는 더욱 높아진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이 축제에서 연예인 섭외에 지출한 비용이 평균 3411만 원에 달한다. 더욱이 축제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치러지다 보니 예산 활용에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익대학교 축제 전경


대학 측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대학 홍보 차원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취업 및 학업 스트레스를 축제를 통해 풀고 있다”며 “연예인 초청은 대학 이미지와도 관련되는 만큼 축제 비용은 일부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싸이
구미대학교 공연 사진

실제 고려대·연세대는 지난해 축제에서 연예인 섭외 비용으로만 각각 8690만 원, 8360만 원을 썼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갓 방송에서 알려진 아이돌을 축제 때 섭외하려고만 해도 1500만~3000만 원은 줘야 할 정도로 비싸지만 대학들은 ‘타 대학에 질 수 없다’는 경쟁으로 초청 한다”며 지나치게 소비 위주로 흐르는 대학가의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송승진 기자, YG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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