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발전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예고

미세먼지 줄이는 특단 대책으로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앞으로 수요 폭증할 LNG를 싸게 들여오는 것이 중요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10곳 가운데 8곳의 가동을 다음 달 한 달 간 한시적으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내년부터는 해당 발전소들에 대해 3~6월 넉 달간 일시 폐쇄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나아가 정부는 삼천포 등 문제의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문 대통령 임기 내 폐쇄하는 한편 추가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중 공정률이 10% 미만인 9기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건설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 차질분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발전소 가동을 늘려 메우게 되는데, 이는 석탄을 대체해 LNG가 앞으로 우리나라 전력 생산용 연료로 더 많이 사용될 것임을 본격 예고한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시 폐쇄될 발전소는 영동 1·2호기, 서천 1·2호기, 삼천포 1·2호기, 보령 1·2호기로 모두 한국전력공사 소유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이들 노후 발전소가 일시 폐쇄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전력공급에는 별 영향이 없다. 

왜냐하면 8개 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생긴 전력 부족분은 석탄보다 비싸지만 오염원 배출이 현저하게 적은 LNG 발전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LNG 발전소는 대부분 민간이 운영한다. 석탄발전소들의 발전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6월이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기가 아니라는 점도 이번 조처 때문에 전력 수급에 변화가 생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 달간 가동 중지가 예고된 석탄발전소 8곳의 발전용량은 2.75GW(기가와트)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석탄발전용량 32.7GW의 8.4%, 원자력·LNG 등을 포함한 전체 발전용량 109.5GW의 2.5%에 각각 해당한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10곳 가운데 올해 한시적 폐쇄 대상에서 제외된 2곳은 호남 1·2호기인데, 그것은 이들 발전소가 자리 잡은 산업단지에 혹시라도 전력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들 2곳을 포함해 모두 10곳의 노후 석탄발전소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에 영구적으로 폐쇄된다.

이들 노후 석탄발전소 10곳을 폐쇄하면 미세먼지가 최대 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석탄발전소 59곳이 미세먼지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다. 이들 석탄발전소 59곳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약 40%를 담당한다. 그 다음으로 원자력 (30%), LNG(약 25%), 석유(3%), 수력·태양열·풍력·연료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2%) 순이다. 새 정부 출범 1주일 만에 대통령이 직접 석탄발전소 폐쇄를 거론하고 나섬에 따라 국내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석탄과 원자력 발전 위주였던 우리나라 전력공급체계가 신재생에너지 및 LNG 발전소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발전용 석탄에 대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석탄 발전 감축과 LNG 발전 확대를 핵심으로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연말에 발표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발전용 석탄에 부과되는 개별 소비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서울신문에 밝혔다. 그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경제성 논리를 앞세우는 ‘경제급전(給電)’에서 환경을 우선시하는 ‘환경급전’으로 정부 발전(發電)전략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마다 발표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15년간의 전력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발전설비 계획 등이 담긴다. 

산업부는 석탄에 붙는 ㎏당 30원의 개별소비세를 대폭 올림으로써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높은 LNG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의 비중을 강제로 제한해 자연스럽게 LNG 발전량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원(發電源)별 전력 구입 단가는 ㎾h당 평균 원자력 68원, 석탄(유연탄·무연탄) 73.8~88.6원, 유류 110.3원, LNG 101.2원, 신재생에너지 156.5원 등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發電) 연료의 주종(主從)은 석탄에서 LNG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LNG를 얼마나 유리한 가격 조건으로 도입하느냐에 자연히 관심이 쏠린다. 세계 LNG 시장에서 일본, 한국, 중국이 차례로 1, 2, 3위 바이어다. 그런데도 3국의 가스 도입 단가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훨씬 비싸다. 

대량 구매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경제논리와 정반대다. 지정학적으로 중동산을 들여올 수밖에 없고, 특히 겨울철 수요가 많다는 점 등이 공급자 우위의 LNG 시장을 형성했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중국·일본이 지난 3월 의미 있는 협력 관계를 맺었다. LNG 공급과잉이 심화하면서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힘의 지렛대가 이동하는 추세에서 협상력을 키워 더 유연한 공급계약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가스공사(KOGAS)는 일본의 연료 회사인 JERA, 중국의 석유·가스 기업인 중국해양석유(中海洋石油·CNOOC)와 정보를 교환하고 LNG 공동구매에서 상호 협력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지난 3월 중순 체결했다. 이들 3사는 세계 LNG 생산량의 3분의 1을 구매한다. 이 MOU 체결로 KOGAS·JERA·CNOOC 3사는 LNG 구매 업체들의 재정을 압박해 온 제한적인 계약 조건에 도전하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고 LNG 전문가들은 말한다. 3사의 협력 강화로 카타르·호주·말레이시아 같은 LNG 수출국들은 이전보다 더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3사는 향후 LNG 공동구매를 포함해 교역, LNG 수송, 프로젝트 공동참여, 에너지 시장 현황 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존의 경직된 LNG 계약관행에 대한 3사간 의견 공유 및 협력 강화를 통해 더 유연한 계약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2014년 이전 LNG 가격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았으며 이 때문에 수입국들은 손실을 줄이려 몸부림쳤다. 이 과정에서 인도, 일본, 한국, 중국, 대만 사이에 공동구매에 관한 최초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때 이래 LNG 공동구매 합의가 여러 차례 성립되었지만 세계 최대 구매자들이 참여한 본격적인 합의가 성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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