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커피의 전성시대다. 식당보다 카페를 찾는 게 더 쉽고, 대도시는 물론이요 지방의 작은 시골 장터 옆에도 ‘커피전문점’이 들어서있다. 중‧고등학교 방과 후 수업과 동아리에서는 바리스타체험을 하고 대학엔 커피바리스타과도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커피 소비량은 377잔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은 하루 한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한때 생과일 쥬스 전문점의 열풍으로 커피시장이 주춤한 듯 보였으나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란 이름으로 고급스럽게 진화하여 더 많은 이들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깊고 매혹적인 검은 음료, 커피는 언제부터 마시게 된 걸까? 그 기원은 두 가지 설이 있으나 약 9세기경 에티오피아 아비시니아(Abyssinia)의 염소지기 목동 칼디가 자신의 염소가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을 하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처음 발견을 하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후 수도원의 수도사들에게 전해지며 커피열매로 만든 음료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처음 발견된 곳은 에티오피아 지역이지만 음료로 발전한 곳은 아라비아지방에서였다. 이 지역에서는 1000년경부터 커피를 볶아 끓인 물을 마셨으며 터키를 통해 유럽대륙으로 퍼져나가며 커피는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된다.

특히 예술가들의 커피사랑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였으니 바흐는 커피하우스에서 공연할 목적으로 일명 ‘커피 칸타타’라 불리는 곡을 만들었으며 천재 작곡가 베토벤의 아침식사는 오로지 커피한잔이었다고 한다.

그는 60알의 원두를 세어 분쇄를 하고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셨으며 원두를 세며 커피는 60가지의 영감을 준다고 표현하였으니 그의 음악적 영감에 도움을 준 음료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 파리의 몽마르트 주변의 카페들은 피카소, 르느와르, 로트렉, 마네, 드가, 모파상 등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한 잔의 커피는 창작의 고통에 지친 예술가들을 위로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커피공화국이다. 세계적인 열풍에 견주어도 선두에 있을 만큼 한국의 커피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커피는 아침을 깨우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점심식사 이후의 커피한잔은 당연하며 저녁 퇴근 후 에도, 술자리 회식 이후에도,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심지어 새벽에도 갓 뽑은 아메리카노를 찾는 고객을 위해 24시간을 운영하는 카페도 생겼다.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은 냉랭한 마음에 작은 공간을 만들고 따뜻함을 전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불황과 저성장시대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어떤 위로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작은 사치라기보다 작은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이런 따뜻한 위안을 잠시나마 받고 싶은 마음이 대한민국의 커피열풍에 한몫을 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