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들이 민가(民家)에 접근해 가옥을 훼손하고 꿀을 훔쳐먹은데 이어 최근 암자까지 습격하는 등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어 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팀에 따르면 반달곰 ‘장군’이는 이달 초 산 정상 부근의 모 사찰에 침입해 벽을 파손하고 문지방을 부순 뒤 쌀과 라면 등 식량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장군이는 이 암자에 스님들이 없는 틈을 타 들어간 뒤 비상약까지 먹어치웠으며 건물 곳곳에 배설물을 뿌려놓는 등 사찰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또 스님들이 기거하는 방에서 이불까지 덮고 잔 흔적을 남겨 반달가슴곰팀 대원들을 어리둥절케 하기도 했다.

대원들은 장군이의 목에 부착된 발신추적기를 통해 반달곰이 사찰주위에서 계속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사찰로 올라가 곰을 쫓아내고 주변을 정리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보호시설에서 탈출했던 반돌이도 지난달 포획되기 전까지 3차례나 토종꿀 등 먹이를 찾기 위해 주민들에게 가옥 훼손 등의 피해를 끼친 바 있다. 포획돼 재방사된 뒤에도 특유의 ‘꿀 도둑’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3∼4차례에 걸쳐 민가에 접근해 주민들의 생업을 방해했다. 반달가슴곰팀 관계자는 “곰들이 민가에 이어 절까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주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곰의 횡포를 막기 위한 묘안을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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