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총선은 시작부터 끝까지가 여야 모두 바람 만들기에 몰두해서 그 성과 여하에 정치 명운을 거는 선거 전략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바람몰이의 강도 여부와 비례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바람의 위력은 대단했다. 민심이 풍향에 따라 흔들리고 급격히 변화하는 양상이 마치 여름 장마철에 변덕스러운 기상 변화를 보는 것 같았다. 지금 새판으로 짜여진 정치권이 크게 주목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일 것이다. 즉 기존의 틀에 얽매이기를 싫어하고 고정 관념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바람난 민심을 꿰뚫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치 못하면 언제 또 민심의 외면을 당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도 있을 것이다. 가까스로 다수당 입지에 성공한 여권이 스스로 몸을 낮추고 상생의 정치를 거듭 천명하는 것은 그 같은 민중 심리를 읽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제도권에 화려하게 입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사회 전반의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 욕구의 분출 효과였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기에 비록 민노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대우를 소홀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포지티브 전략의 연속만이 이처럼 국내 정치의 흐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마당에 제 1야당인 한나라당이 여권의 발목 잡기에 급급해 하거나 사사건건 말꼬리를 물고 언쟁만 일삼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 땅의 역사는 정치가 변하고 바뀌는데 따른 과도기적 형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국민을 수렁으로 밀어 넣은 소용돌이 시대를 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연유에서 지금 한나라당의 박근혜대표가 당내 일부 강경론을 정리하고 지속적인 민생투어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또한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겠다고 했던 대국민 약속과도 일단 부합하는 모습이다.

만약 박대표가 검찰의 야당의원 수사에 대해 ‘강력 대응하지 않으면 야당이 다 죽는다’는 격앙된 반응을 받아들여 예전같이 검찰에 항의방문단을 보내거나 규탄대회를 여는 등 극한투쟁으로 여권과의 대결구도를 고집했다면 민심은 또 다시 절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총선기간 내내 전국을 돌며 시종일관 상생정치를 주장해온 박대표답게 한나라당의 대여관계 노선이 꾸준한 포지티브 전략으로 나타날 때는 박대표의 리더십 대목에서는 물론 한나라당의 내부 몸살을 치유하고 지난 과오부분을 말끔히 용서받는 첩경이기도 할 것이다. 모두가 제자리, 제 맛 지켜야그러나 분명한 것은 짜지 않은 소금이 더 이상 소금일 수가 없듯이 국민이 염려하고 아파하는 부위까지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야당을 옳은 야당이랄 수가 없을 것 이다.

아무리 민심이 정치판 싸움에 진저리를 내고 몸서리를 느껴도 그것이 민생과 국가 안위를 위한 것이라면 말할 나위 없이 오히려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상생정치를 빌미로 정치권의 밀월시대가 열리고 여야의 이해가 서로 조정되는 따위의 적당주의를 국민이 결코 용납치 않는다는 뜻이다. 혹시라도 개혁 정치의 명분을 끌어들여 민노당과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당리 차원의 야합 정치를 획책하거나 한나라당이 현실안주를 위해 정치적 거래를 도모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몰아칠 후 폭풍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국민은 사회 모든 계층이 빨리 제자리를 찾게 되고 제 맛을 회복하기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서있는 자리가 고추밭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는 매운 냄새를 나타내야 할 것이고 자신의 역할을 소금에 비유할라 치면 절대로 짠맛을 잃지 않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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