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경기 4강 노렸지만 급조한 팀인 만큼 시간 부족이 최대 걸림돌
-성적 위주 유소년 시스템 폐해…선수들의 경험 부족 과제로 남아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조별예선에서 2연승으로 일치감치 본선 진출로 기대감을 키운 가운데 16강전에서 강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여정을 마무리 했다. 목표했던 4강 진출에 실패해 비난의 화살이 쏠렸지만 그 어떤 부담감에도 오직 한국 축구와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도전을 선택한 신 감독의 결단에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낸 한국 축구의 현실을 살펴봤다.

신태용호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1-3 완패하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34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큰 꿈을 꿨지만 달성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더욱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태용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기니를 3-0으로 완파했고 아르헨티나마저 2-1로 꺾으며 경우의 수가 아닌 실력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축구대표팀의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잉글랜드와의 최종전에서 0-1로 패해 조 1위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의문을 남겼고, 16강전에서는 간신히 한 골을 만회하며 1-3이라는 큰 점수차로 패해 눈물을 흘렸다.

특히 한국은 고질병인 수비 불안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반 역습 2방에 2골을 내줬다. 양쪽 풀백이 흔들린 부분이 패인”이라고 시인할 정도였다. 한국은 공격적인 4-4-2로 포르투갈을 몰아붙였지만 기세를 타지 못하고 포르투갈의 역습에 측면을 내주고 말았다.

이는 이미 지난 6개월간의 평가전에서 측변 수비 약점을 노출한 바 있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신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이를 보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경기 후 신태용호를 향해 차가운 눈빛보다는 따뜻한 응원이 이어지는 이유다.
 

원맨쇼 덕에
단기간 ‘원팀’ 일궈내

 

당초 U-20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번 대회 예선을 겸했던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어렵사리 이번 대회에 나서게 된 것.

이 때문에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11월, 대회가 반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수로 나섰다. 덕분에 신 감독은 시간도, 여유도 많지 않았다.

예선 등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다른 팀들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 16강 진출은 축구대표팀이 아닌 신 감독의 ‘원맨쇼’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신 감독의 고군분투는 쉽지 않았다. 우선 그는 선수들에게 공을 들였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불러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백승호가 대표적이다. 그간 90분조차 소화할 수 없었던 백승호는 신 감독의 신뢰 속에서 다시 태어나며 이번 대회가 남긴 유망주로 떠올랐다.

또 신 감독은 선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전술을 고민했다. 매 경기 정공법이 아닌 변칙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이에 신태용호는 조별리그부터 4-3-3부터 4-4-2까지 매경기 달라진 전술을 선보이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물론 매번 바뀌는 전술은 16강전에서는 패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신 감독의 최선이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을 중심으로 뭉친 ‘원팀’은 비록 아쉬운 결과였지만 그들의 노력만은 틀리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신 감독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며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영민한 전술가, 소통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점에 대해 칭찬이 쏟아졌다.

더욱이 이번 대회를 통해 재목을 발굴했다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이뤄냈다.

‘바르샤 듀오’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20·바르셀로나B)의 진가를 재확인 했다. 이들은 대회 4경기에서 2골씩 뽑아냈다.

이에 FIFA는 이승우에 대해 ‘번개 같은 스피드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또 만주 디알로 기니 감독으로부터는 “기량이 대단하다. 그라운드 장악력이 특히 뛰어나다 혼자서 그라운드 20~ 30m 반경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이민혁(20·FC서울), 이상헌(19·울산 현대), 조영욱(18), 송범근(20·이상 고려대) 등이 대표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임민혁, 이상헌은 각각 1골씩을, 조영욱은 ‘바르샤 듀오’와 함께 삼각 편대를 두성 매 경기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송범근은 조별리그 2경기까지 270분을 뛰면서 14개의 선방을 기록 선방률 87.5%로 마이클 우드(미국·17개)에 이어 대회 선방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물론 송범근은 포르투갈전에서 대량 실점했지만 일찌감치 차세대 골키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면에 남아 있는 신태용호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우선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16강전의 경우 상대팀 포르투갈은 유럽 축구의 명가답게 이번 대회를 4년간 준비해 왔다. 에밀리우 페이세 감독의 지휘 아래 U-17부터 U-20까지 함께했다. 반면 신 감독에게는 6개월이 전부였다.

여기에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우선 이번 대회에서 프로 무대에 꾸준히 나서는 선수는 한찬희뿐이었다. 또 대다수가 프로팀에서 뛰고 있는 타 팀들과 달리 신태용호에서 프로팀에 소속된 선수는 21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명에 불과했다.
 
신태용 감독<뉴시스>

구조적문제…
경쟁력 하락 부추겨

이승우는 “포르투갈과 잉글랜드 등 우리가 상대한 강팀들은 프로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등 경험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느꼈다”면서도 “후회보다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준비한 것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고 강팀을 상대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의 비효율적인 유소년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일각에서는 유럽, 남미와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 기본기를 습득하는 시간보다 전술과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유소년 시스템을 뒤엎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당장의 성적 때문에 어린 선수를 키우는 것을 등한시하는 프로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신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포르투갈 모두 프로팀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포르투갈 팀도 벤피카, 포르투, 스포르팅 리슨본 등 포르투갈 명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우리 팀에는 K리그는 물론 대학에서도 뛰지 못하는 선수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우리는 오직 성적만 내려고 하는데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했지만 실력 차이를 느꼈다. 그래도 선수가 많이 육성된다면 가진 기량은 높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실수, 큰 경기에 뛰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한국 축구가 밝게 나간다”며 어떤 무대라도 누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백승호는 “이번 패배로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소속팀으로 돌아가 노력하겠다. 성장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면서도 “(소속팀에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대학팀에서는 1학년이라는 이유로, 프로팀에서는 (나이가 어려) 못 뛰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함께 드러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축구가 발전하길 원한다면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기성용(호주)과 손흥민(개인교습과 독일), 이승우(스페인) 등이 한국 축구에 중심에 올라섰고 기대를 받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6강 토너먼트전을 치르면서 아시아팀들이 전멸해 실력차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팀은 총 5개국(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베트남, 한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연령대 월드컵은 성인 선수들에 비해 실력차가 작고 유럽과 남지 강팀들이 최정예를 내세우지 않는 경향이 더해지면서 축구 약소국들의 선전이 기대됐다.

하지만 이란과 베트남은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고 한국, 일본 역시 토너먼트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달 31일 우루과이에 덜미를 잡히며 씁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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