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산업은행이 개인 소비자 대상의 신용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개인에 대한 신용대출을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이는 산은의 ‘민영화 지우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책은행이던 산은을 재편하면서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2018년 산업은행의 공기업 지정 논의가 예고돼 있는 만큼, 갈수록 산은의 민간회사 색깔은 퇴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4분기부터 개인 소비자에 대한 신용대출 업무를 중단한다. 이미 신규 개인 신용대출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과거 시중은행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개인소비자를 끌어들이던 전략도 대부분 사라졌다. 민영화 흔적은 이미 상당 부분 지워진 셈이다. 산은은 현재 정책금융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부는 내년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한국전력기술 등 5개 기관을 새로 공기업으로 지정했는데,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공기업 지정 문제 검토는 2018년으로 미뤘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공기업 전환이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 개혁으로 새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공기업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당장은 굵직한 현안들이 남아 있어서 교체가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임기를 꽉 채우긴 힘들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새 정부의 조각 작업이 이뤄지면서 금융권 수장들이 대폭 물갈이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장 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회장의 거취도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산업은행은 그간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국내산업 구조조정 등 경제 전반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등용하는 창구로 여겨졌다.
 
이 회장 역시 취임부터 낙하산 꼬리표가 줄곧 따라다녔다. 대구 출신인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과 특임 석좌교수를 지내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힌다.
 
이 회장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금융인들의 박 전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금융인 1365명은 “박근혜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금융선진화를 실천할 최고의 적임자”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금융권에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이 회장의 조기 퇴진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이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임기(2019년 2월)가 아직 1년 8개월이나 남았지만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사례를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당시 정건용 회장이 사의를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김창록·강만수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물러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선 전날 사표를 제출하는 등 금융권의 조직 변화가 예고된 상황인 데다, 정부 역시 금융권 개혁을 공론화 하고 있어 조기 퇴진설에 힘이 실린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현재 풀어야 할 현안이 많아 당장은 교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산업은행에는 대우조선 회생과 금호타이어 및 자회사 매각 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최소한 대우조선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현 정부가 ‘탕평 인사’를 내걸고 있는 만큼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물러나게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도 이전 정권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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