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보수의 메카인 TK(대구·경북) 민심이 변하긴 변했나 보다. 그 조짐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록 경북 지역은 19대 때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싹쓸이했지만 보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야당 후보 1명, 무소속 후보 3명이 당선되는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옥새 파동’ 등의 공천 잡음을 일으킨 새누리당에 대한 TK의 강한 경고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보여준 자유한국당에 대한 TK 민심은 분노에 가까웠다. 대구지역에서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고작 45.36%에 불과했다. 박 전 대통령이 18대 대선 때의 80.1% 득표율에 비해 무려 34.78%가 감소했다. 경북의 경우 홍 후보는 48.6%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8대 때 박 전 대통령은 무려 80.8% 득표율을 기록했다.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보수의 끝 모를 분열상에 대한 TK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일각에서는 TK민심이 바야흐로 ‘니편 내편’ ‘우리가 남이가’라는 무조건적 이분법에서 ‘흑묘백묘론(검든 희든 쥐 잡는 고양이가 최고)’처럼 실리적 사고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반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내편인 줄 알고 그동안 줄곧 몰표를 주어왔지만 무엇이 좋아졌느냐는 게 TK의 볼멘소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에 대해 TK에서조차 상당 부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신공항’ 건설 문제가 한 예다. 정부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미봉책으로 덮어버리자 TK는 이·박 정부 모두 책무를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형편이 이와 같은데 또 도와줘서 뭐 하겠느냐” “보수인들 어떻고 진보인들 어떠냐. 어느 쪽이든 잘만 살게 해주면 좋다”는 분위기가 TK에 팽배해지기 시작해 이 팽창한 분위기가 조기 대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대선이 끝난 후의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수의 텃밭인 TK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계속 하락 추세다. 여기에는 탄핵을 주도한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을 허용한 데 대한 분노의 민심도 매우 커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TK민심을 조선조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의 ‘하여가’수준으로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TK는 1992년 ‘우리가 남이가’라는 PK쪽 YS의 대통령 선거 구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그가 모든 정치적 행보에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공격하자 이를 TK에 대한 공격이라며 YS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후 YS가 정치적으로 TK 출신 정치인들을 정치 일선에서 밀어내고 경제적으로도 TK를 소외하자 민심은 폭발했다. 마침내 반YS정서가 TK를 지배한 것이다. 이 같은 민심은 이후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YS의 연속 패배로 이어졌다. 
지난 조기 대선에서 보수에 등을 돌린 TK민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당시 새누리당은 탄핵정국에서 TK민심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분열상을 계속 보였고 경제문제에서도 TK에 소외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돌아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나듯 TK민심은 언제든 다시 보수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당이 지금과 같은 극심한 분열상을 계속 이어갈 경우 TK는 현대판 ‘하여가’와 중국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계속 주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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