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정점 박연차 강금원등 부산기업인 포진재산 둘러싼 사실 여부 떠나 청렴 이미지 훼손

노무현 대통령 지인들의 재산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노 대통령의 후원자들이 속속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들 후원그룹으로부터 지난해 대선은 물론 정치활동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경제적 후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대선때 ‘서민 대통령’을 자임하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의 자발적인 ‘개미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러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재산 의혹과 그를 막후 지원한 숨은 후원자들이 속속 드러나자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러한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번 재산 파문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클린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노 대통령의 후원자그룹 중심에는 이기명씨가 자리잡고 있다.

유명 방송작가 출신인 이씨는 14년간 노 대통령 후원회장을 맡아 왔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과 이씨를 아주 특별한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노 대통령은 지금도 이씨를 ‘선생님’으로 호칭하며 깍듯하게 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정치권과 네티즌들의 논쟁을 예견하면서도 지난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자신이 직접 구술한 ‘이기명 선생님에게 올리는 글’을 올렸던 배경에는 이씨에 대한 노 대통령의 변함없는 애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노 대통령에 대한 이씨의 애정도 각별하다. 이씨와 노 대통령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9년. 당시 노 대통령은 청문회 스타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고, 이씨는 KBS 작가실장으로 라디오 드라마 ‘김삿갓의 북한 방랑기’ 극작가로 활동중이었다.두 사람은 KBS 노조 초청으로 이뤄진 노 대통령 강연장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이씨는 노 대통령 보좌진들의 후원회장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후 14년간 묵묵히 후원회장을 맡아온 이씨는 ‘노무현 후원회장’이란 직함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지난해 12월19일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 누구보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이씨는 “대통령 후원회는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며 ‘노무현 후원회장’이란 직함을 떼야 한다는 현실을 다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이처럼 14년간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자 든든한 정치적 동지 관계를 유지해 온 이씨는 노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성한 이후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장수천을 비롯한 경남 진영·경기도 용인땅 문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와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해명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이제는 이씨가 직접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노 대통령 지인들의 재산문제가 불거진 이후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이씨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부산 기업인들도 그동안 노 대통령을 막후에서 후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을 후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부산 기업인은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로부터 경남 거제의 구조라리 별장을 사들인 장본인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박 회장은 노 대통령 일가와 같은 마을에 살면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로 알려졌다.박 회장은 건평씨 별장 매입과 관련해 “내 돈으로 내가 땅을 샀는데 왜 말들이 많으냐”며 “노건평씨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 재정후원자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서는 “현재 한나라당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데 무슨 재정후원자냐”며 일축했다.하지만 박 회장의 건평씨 별장 매입 배경과 셋째 딸의 청와대 근무(국정상황실 8급) 등을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이와관련, 청와대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은 “여직원이라도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을 원했다. 이력서에 있는 학력과 경력을 보니 박 회장의 딸이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영어도 잘해 뽑았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한편 박 회장은 전 민정당 중앙위원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의 보좌역을 지내기도 했고, 현재는 한나라당 상임위원과 김해 상의회장, 한국신발가공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부산 경남 일대에서 현금동원력이 높은 재력가로 알려진 박 회장은 여야를 망라하고 부산지역 정치인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5월24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박 회장의 차녀 결혼식에 한나라당 김영일·도종이 의원, 김혁규 경남도지사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사실은 박 회장의 영향력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용인땅 1차 매입자로 공개가 돼 화제가 된 강 회장도 노 대통령의 막후 후원자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 5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용인땅을 매입했지만 적법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또 “이번 노 대통령 주변 재산문제는 문재인 민정수석 등 측근들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기 때문”이라며 ‘측근 책임론’을 제기해 권력암투설을 부추기기도 했다.노무현 대통령과는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로 9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때 노 대통령을 적잖게 지원했다는 후문이다.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30일 노 대통령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위해 입원해 화제가 됐던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도 노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원장은 90년대 초 변호인과 의뢰인 관계로 처음 만난 이후 노 대통령에 대한 막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라종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아스텍창투(이 원장 부부가 최대주주)의 안희정씨 지원(1억9,000만원) 사실은 이 원장이 노 대통령을 막후 지원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한편 이 원장은 현정부 출범과 함께 대한병원협회 이사로 선임되는 등 의료계 실세로 부상하고 있어 노 대통령의 후광을 받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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