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데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도 9일 연달아 불발됐다. 자유한국당이 보고서 채택에 강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야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지명철회 관철을 위해 강수를 두며 버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통해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당 정무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회의는 예정시각을 15분가량 넘겨 무산됐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이 후보자 부인의 공립고교 재임용 과정에 대한 정무위 차원의 검찰 고발과 감사청구를 요구하며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회의 무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워낙 심하니까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서 시간을 갖자고(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입장은) 공정위원장으로 자격이 안 되니까 스스로 취소해라 이런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이수 후보자에 이어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까지 불발되면서 여야의 대치 정국은 장기화될 태세다. 이 위원장은 오는 12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추가로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이 역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기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은 강 후보자 자진사퇴를 관철하기 위해 다른 후보자들의 보고서 채택을 미루는 강수를 두고, 여당은 이같은 상황을 야당의 발목잡기로 몰아가며 임명 강행 명분으로 쌓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이수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은 강 후보자 거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김 후보자는 장관임명과 달리 국회 동의 표결을 거쳐야 임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야당이 김 후보자 표결을 강 후보자 자진사퇴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보고서 채택을 미루며 본회의 표결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의 경우 김 후보자 표결만 거치면 나머지 장관후보자들은 임명 강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표결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되레 임명강행 명분이 쌓인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가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전병헌 정무수석을 앞세워 야당과의 접촉을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명분 쌓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아울러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공개회의를 통해 노골적으로 야당의 반대를 '발목잡기'라고 칭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임명 강행에 유리한 프레임을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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