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산시장의 호황은 환영할 일이지만, 과열될 경우엔 ‘빚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를 늘려 가계부채 부실을 더 키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른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0%를 기록했다. 이는 11·3 대책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0월(0.35%) 이후 상승폭이 가장 큰 수치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 가계부채 문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금리인상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 특히 취약 계층 부담이 커지게 된다.
 
미국은 지난 3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6월 인상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추가로 1~2회 금리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오는 8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주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 4~5월에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는 상황인 데다, 1360조 원(1분기 말 기준)에 달한 가계부채의 규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가계신용 가운데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은 더욱 큰 고민을 안겨준다. 올 1분기 말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678조 원(주택금융공사 유동화분 포함)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수차례 가계대출 억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으로 분류된다. 특히 소득 증가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서민·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총량제는 국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DSR은 기존 은행권 대출심사 기준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TI 규제 조정안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대출 규제는 오는 7월 31일 종료되는 금융감독원 행정지도 사항으로 20일간의 행정지도 예고 등 절차를 고려할 때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결론을 지을 전망이다.
 
LTV·DTI 규제는 집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대출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LTV는 집값을 기준으로, DTI는 갚아야 할 원리금과 소득을 비교해 매긴다. 은행기준으로 LTV 비율은 50~60%에서 70%로, DTI는 50~60%에서 60%로 완화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들 규제를 다시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LTV와 DTI 비율을 강화했을 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시뮬레이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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