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와 달리 대의원 직선 대표 권한 강화될 수도선두그룹 지지율 비슷해 패자 승복 여부도 관심각 정당이 본격적인 체제정비에 들어갔다. 대선 이후 반년 동안의 정국혼란이 수습초입에 들어선 국면이다. 한나라당은 11일부터 대표경선에 돌입했고 24일 선거를 한다. 먼저 제1당인 한나라당의 대표경선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당내민주화 성공여부

한나라당은 지난 1월 초 홍사덕, 현경대 공동위원장 체제로 정치개혁 및 당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도체제 구성방식을 확정했다.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하고 대표는 선거인단 직선으로 선출키로 결정한 것이다.대신 대표의 권한을 축소하고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제왕적 총재 권한행사를 원천적으로 막았다.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그동안 당내 경선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지구당 위원장 줄세우기와 매표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단일지도체제에 대의원 23만명이 직선으로 뽑은 대표의 상징적 위치와 권한은 의도와 달리 오히려 역대 최고의 권한을 구사할 우려도 있다.

더구나 비록 임기는 1년이지만 이번에 뽑힌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 당원의 전산화 작업을 완료했다고 자랑한다. 물론 진성 당원을 확인하는 과정에 허수당원이 엄청나게 발견되어 350만당원이라던 주장이 허구고 과장이었음을 스스로 확인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대표경선 과정에 각시도별로 합동유세와 텔레비전토론회를 번갈아 개최해 후보의 선거인단 접촉 기회를 대폭 늘렸다.대신 지구당과 시도지부 개별방문을 일절 금지시켰다. 지구당 위원장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이나 줄세우기도 철저하게 금지했다.

국민적 요구 반영하는 대표감

지금 한나라당 대표경선의 주요 쟁점은 젊음이냐 경륜이냐, 민주화 공헌이냐 근대화 공헌이냐, 대선 특정인책임이냐 공동책임이냐, 총선 승리후 총리직 수용이냐 반대냐, 창(昌)복귀찬성이냐 반대냐 등이다.그러나 보다시피 사실 한나라당 경선에는 국민적 관심을 끌만한 뚜렷한 큰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민주당은 신당창당, 호남당 창당, 구주류 털어내기 등 대형이슈를 내걸고 치열한 내부진통을 겪고 있어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이에 비하면 한나라당은 여전히 개혁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아직도 대선 패인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많다.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변화요구를 수용하려는 의지가 안보이는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항간에는 누가 당선되어도 “도로 한나라당”일 것이라는 우려섞인 비판이 더 많다. 지금 나와 있는 주자로는 새로운 한나라당은커녕 있는 기존의 한나라당도 지킬 수 있겠냐는 혹평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경선 이후 주자들의 승복여부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지금도 정치개혁안 중 단일지도체제로 바꾼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단일지도체제를 이끌어 갈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도 없을 뿐 아니라 이번 대표는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대표경선에 출마했던 사람 중 낙선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소외감과 불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만일 새 대표가 경쟁자들과 가까운 지구당 위원장들을 교체하려 한다거나 전국구의석을 독식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당은 쪼개지거나 엄청난 내부 분열양상을 보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상당수는 민주당 신주류가 추진하는 개혁정당에 참여하기 위해 당을 떠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이번 대선 출마자 대부분은 대선 후보로서의 큰 욕심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당 장악력이나 카리스마도 약하다는 평이다.

더구나 선두 그룹 4명은 지지율이 비슷비슷해 승자도 패자도 마음속으로 쉽게 승복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후보간 감정 대립도 만만치 않다. 같은 민정계끼리, 같은 민주계끼리, 같은 영남끼리, 같은TK·PK끼리, 심지어 같은 동문끼리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선거 이후 결과승복이 쉽겠느냐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 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부정선거 시비, 전력시비, 책임론까지 이미 상대의 감정을 자극 하는 극단적 대립이 심화되어 감정의 골이 깊다.한나라당 경선이 지도체제정비를 통한 당 단합과 지지율상승의 계기가 될지 결과불복으로 당이 공중분해되는 단초가 될지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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