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거죠.”연탄을 사용하는 일부 극빈층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연탄을 배달해 주며 외로운 독거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는 연탄장수가 눈길을 끌고 있다.울산시 북구 호계시장에서 새마을연탄이라는 상호로 연탄을 배달해 오면서 조용히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문유석(56)씨.간판조차 없는 허름한 집 한채와 50평 남짓한 창고가 전부지만 인근에서 문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판이 좋다.지난달 27일 오전 11시께 문씨는 경운기의 시동을 힘차게 걸고 연탄 200장을 차곡차곡 실으면서 배달나갈 준비를 했다.

연말이 다가왔지만 찾아오는 사람 없이 쓸쓸히 겨울을 보내고 있는 심모(여·80)씨 집을 찾기 위해서다.170만원을 주고 산 경운기는 문씨의 재산목록 1호. 20년 세월을 함께한 경운기는 문씨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쉽게 시동이 걸렸다. 요란한 소리가 신경쓰이지만 좁은 골목길을 다니기에는 경운기만한 것이 없다.문씨는 먼저 호계동 정모(여·83)씨 집에 들어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연탄 100장을 무상으로 내려준 뒤 심씨 집을 향했다.생활보호대상자인 심씨는 30여만원의 생계비를 받고 있지만 기름 보일러 교체비 200만원이 부담스러워 연탄을 쓰고 있다.

북구 달천, 모화 등 모두 30가구에 배달하는 문씨는 경주시 외동읍에 있는 최모(80)씨 집을 가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들 틈에서 30분이 넘게 도로를 달리기도 한다.80년대를 지나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수가 급격하게 줄면서 현재 남은 연탄판매소는 10개소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연탄을 쓰는 집이 400여가구에 이른다. 문씨가 수지 안맞는 장사를 하면서 배달하는 집에는 지금도 22개의 연탄구멍에서 사랑이 피어오른다.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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