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경선서 ‘국정참여론’ 이어 ‘중간평가론’까지 나와노정권 민심이반 차원 넘어 ‘정통성’문제까지 거론할 태세

얼마전 모신문의 대기자가 ‘대통령 퇴진’이라는 단어를 처음 거론했다. 그 이후 냉소적 연설문구에 이 말이 가끔 인용되고 있다. ‘정권퇴진’은 독재정권시절에 야당에서 자주 인용하는 정치구호다. 하지만 문민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장외집회장에서나 가끔 나오는 말이었다. ‘정권퇴진’은 정치구호일 뿐 사실상 실현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뿐 아니라, 정치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주장들이 당대표경선주자간에 난무하고 있다.특히 ‘내년 총선 직후 국정참여론’과 ‘중간평가론’이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면서 더욱 관심을 높이고 있다.‘국정참여론’은 서청원 후보가 먼저 치고 나왔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한 국무총리를 포함 조각권을 뺏어와 국정을 주도하자는 제안이다.대부분의 다른 후보들의 속내는 반대하는 입장이나 노골적으로 강력한 반대를 못하고 있다. 자칫 쟁점화가 되면 서청원 후보의 선거운동을 해주는 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당원들 가운데는 그런 욕심을 내는 기류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초부터 급락하고 있어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 형성에 한몫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가진 당에 국무총리를 할애하겠다고 노 대통령 스스로 약속한 사안인 만큼 여세를 몰아 이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실질적인 국정주도를 하자는 것이다. ‘중간심판론’은 최병렬 후보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최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가해진 엄청난 음해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노무현정부의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내년총선에서 국정실패를 중간평가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이것은 단순히 배수진을 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장수가 되겠다는 출마 예정자의 각오 표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석에 따라서는 내년총선을 노무현 정권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다수당 경쟁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세력에게 이기면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병렬 후보는 노태우 대통령 선거전략 핵심참모로 활약한 적이 있다. 당시에 민주화 바람으로 민정당의 재집권이 힘들어지자 노태우 후보가 승부수로 던진 것이 중간평가였다.실제로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은 여차하면 중간평가를 받을 각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3당 합당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수세입장에서 최병렬 후보는 중간평가의 부담을 느껴봤던 당사자다. 아직까지도 대선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기류와 생각은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그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될 말이지만 어쨌든 취임 100일된 대통령에 대한 가열찬 야당의 사생결단 공세가 그런 분위기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다.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인 양휘부씨가 임명장을 받는 대통령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한마디 하라”는 권유에 농담임을 전제로 “자리 주인이 바뀐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해 파문을 야기한 적이 있다.이것 역시 한나라당 사람들의 속내가 솔직히 드러난 극명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나라당 당권 주자 여섯명은 토론이나 연설의 절반을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에 할애하고 있다.단지 어떤 정책이 잘못 되었다는 정도를 넘어 처음부터 잘못 뽑았다는 식이다. 물론 대선에 연이어 두 번씩 패해 좌절감에 빠져 있는 당원들의 정서에 접근하려는 선거전략일 수 있겠지만, 누가 당선되든 야멸찬 대여투쟁을 전개한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김문수 의원이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 주변인사들에 대한 각종 의혹사건의 최종목표도 자세히 살펴보면 부동산투기나 직권남용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는 게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한나라당이 겨냥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측의 사실은폐, 왜곡축소, 자료은닉이나 조작이 있었는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그것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표적 삼겠다는 의사표시다.당직자회의에서 필리핀의 에스트라다와 닉슨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최근에는 클린턴의 화이트게이트를 거론한 것도 사실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또다른 기류 중 하나는 대통령선거 기간 중 이회창 후보에게 가해졌던 각종 음해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감이 팽배하다는 점이다.이회창 후보와 가까웠던 핵심의원들과 당직자들, 그리고 창사랑 등 적극적인 이회창 전 총재 지지자들은 김대업 사건과 기양건설 10억수수사건, 주가조작사건, 원정출산사건, 대북밀사파견사건에 대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일부 부서에서는 이회창 후보음해사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당직자, 대변인단 논평을 전부 발췌해 분석 중에 있으며 방송과 일부 신문의 보도 내용, 일부 인터넷 매체의 게재 내용을 전부 모아 일일이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민주당에 의해 이런 사건들이 문제 제기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마다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대폭락했다고 한다.또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 중 66%가 이회창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답변했다는 분석자료가 있다고 한다.결국 이회창 후보 음해 사건들이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 관련 사건들이 대부분 혐의없음으로 밝혀지고 문제제기를 했던 김대업, 기양건설 상무 등이 구속되고 또 다른 관련자는 불구속되는 등 한나라당이 제기한 문제들 중 일부가 사실로 밝혀지자 한나라당 적극지지자들은 마음속으로 지난 대선 결과를 승복 못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 당직자의 말이다.그러나 대선을 치른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선거무효나 당선 무효소송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이 자료가 설령 다 사실이라 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여기에 관심을 쏟는 것은 우선은 감정적으로 억울하다는 것이고, 패배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싶기 때문이다.6월 임시국회, 그리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내부전열정비, 6월 임금투쟁, 한반도외교와 안보, 경제, 북한 핵문제 등도 향후 정국의 큰 변수다. 한나라당의 감정과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6월은 향후 정국의 분수령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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