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이나 원하는 바 표출할 자리···‘너무나 목말랐다’”

광화문1번가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강추위와 눈보라를 견디며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던 촛불집회는 1600만 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하며 대장정의 끝을 장식했다. 일각에서는 촛불집회가 세계사적인 ‘직접민주주의’의 모범이었다고 말한다. 이 같이 국민에 의해 발전하고 계승된 촛불 민주주의가 ‘광화문1번가’라는 온‧오프라인 국민정책 제안 소통창구를 만들어냈다. 제안 접수를 시작한 지 단 2주 만에 5만 건 가까운 아이디어가 밀려든 만큼 인기가 대단한 상황. 하지만 국민들의 목마름은 여전하다. 아직까지 전국에서 피켓을 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광화문1번가, 국회의사당,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그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다.

‘광화문1번가’, 정부와 국민의 화합‧소통의 매개체 될 수 있나
“목소리 내고 싶어도 못 내는 사람 많아···국민의 소리 들어 달라”


기자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세종로 공원에 위치한 광화문1번가를 찾았다. 출근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많은 시민들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광화문1번가의 한 관계자는 “점심시간 이후가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광화문1번가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도 동원돼 있었다.

한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국민인수위원회에 참여해주세요!’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국민 누구나 새 정부의 인수위원이 되어 정부에 바라는 점, 구체적인 의견과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정부를 위해 지금 바로 국민인수위원이 되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기석에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있었다.

대전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선애 씨는 “친한 이웃이 당하고 있는 억울한 사연이 있다. 그 민원을 도움받을 수 있을까 싶어 방문하게 됐다”며 “하지만 그 민원상담이 길어져서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정책을 제안하고자 대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제안하려는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는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부와 코트라(KOTRA)가 연합해 새 TF(Task Force)팀을 구성하고 각 주제국의 신규예상사업을 신속히 파악해서 국내 젊은이들이 그 국가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위해) 국내기술교육원과 연계해 (사전) 교육 후 출근시키는 청년실업해결책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광화문1번가에 대해 “일단 지금은 정권 초기이다 보니 아직 이런(광화문1번가) 제도가 어떻게 정착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본다”며 “그러나 정권을 향해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이나 원하는 바를 표출할 수 있는 자리가 그동안 너무나 목말랐던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신과 심리상담도 그렇지 않느냐. 들어주는 자체가 치료의 시발점이다 보니 (광화문1번가가) 울화통 터지는 것을 들어주기만 해도…그런 시도라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정부에서 원하는 바와 이런 자리에 응하는 국민들의 성숙도가 높아져서 좋은 결실로,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항간에서는 광화문1번가에 대해 1401년 조선의 3대 임금 태종이 즉위하면서 처음 시행했던 민원 처리 제도인 ‘신문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칭찬이 돈다. 반면 대통령과의 중간매개체 역할을 하는 국회가 있음에도 무시한 채 직접 소통을 한다는 것은 국회를 부정하는 행동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접수창구와 정책을 문의하는 공간보다도 더욱 붐볐던 곳은 광화문1번가의 외곽이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제도 개선 등에 대해 간절히 호소하고 있었다.

이 중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이하 지회) 조합원인 이응균 씨는 “(근무하는 회사의) 생산(팀)이 도급직이다. 원청은 사무직과 연구원 등밖에 없다. 원청에서는 과거부터 (현장) 도급직 직원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메일로 업무 지시를 했다”며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불법파견이구나 싶어 올해 2월에 노조를 설립했다. 그랬더니 2개의 도급업체가 있었는데 (원청에서는) 노조를 깨려 한 도급업체를 폐업시키고 물류(팀)와 품질팀을 갑자기 전환 배치시키고 폐업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 5년~7년 일한 사람들도 생산(팀)으로 가서 일을 해라. 그런 식으로 노조를 파기하려고 해서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뙤약볕’ 문제 없다
목소리 높이는 시민들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도 여러 시민들이 나와 자신들이 겪는 상황에 대해 호소하고 있었다.

김상중 전국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 부지회장은 “이전 정부 때 조선 산업이 마치 사양산업인 것처럼 해서 회사가 사실 상당히 위기에 처해 있다. 또 금융권이 옥죄고 있는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기준 등이 강화되면서 수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정부정책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RG발급 기준을 완화하고 수수료를 인하해서 수주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 현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의사당 앞
    국회의사당(이하 국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뜨거운 햇볕으로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흘렀지만 많은 시민들이 개개인의 고충들을 설명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특히 국회에서 나오는 차량들을 향해 소리치는 시민이 유난히 돋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상명대학교(이하 상명대)에서 해고를 당한 강사이자 박사라고 설명했다. 이영이 박사는 “상명대와 문화재청 측에게 연구를 빼앗기고 쫓겨나면서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상명대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나니 학교 측에서 연구교수를 제안했고 프로젝트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연구교수로 알고 했던 계약이 알고 보니 연구원에 불과했던 것임을 인지하고 학교에 바로잡아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연구를) 계속 유지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결국 2014년 6월에 문화재청 프로젝트마저 빼앗기고 쫓겨났다. 당시 강사였다 보니 강의도 빼앗겼다. 결국 빼앗아간 연구를 돌려 달라, 연구교수 사기계약 등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대학원에서 겪었던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학교 측에서는 진상조사를 열어주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교수에게 사표만 받은 뒤 덮었다. 또 덮어 놓은 뒤 (비리) 해당 교수를 복귀시키겠다는 탄원서를 저에게 주면서 ‘배달사고 였다’, ‘게시판에 올린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렇게 싸움이 지속되던 중 2015년 국정감사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에게만 질의를 했다. 상명대는 사립대학이다 보니 힘들다는 측면에서였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여러 허술한 이유 등을 설명하며 답변서를 제출했다”라며 “그 중 연구비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교수가 차명계좌를 이용해서 연구비를 받아갔다. 그러나 차명계좌를 사용했던 그 교수나 차명계좌를 빌려줬던 주인인 박사, 그 돈을 사용했던 저에 대한 조사도 없이 그런 답변서를 옹호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여러 싸움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보호조치 이런 것은 바라지도 않으며 한 사람의 목소리가 다수의 목소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대표적 사례가 될 수도 있으니 바로잡아줬으면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못 내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겠느냐. 교육 개혁, 적폐청산을 목표로 잡은 현 정부에서는 좀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한다. 학생들의 진정한 학습권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권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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