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자본 이용해 더 큰 이익 얻으려다 오히려 피해만…

전세 수요 높지만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율 ‘상승’
 
‘불법’아닌 ‘투자’…미분양 문제 해소 긍정적 시각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갭투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면서 아파트 전세값의 오름세가 가파른 탓이다. 갭투자란 투자자가 투자를 할 때 전세보증금을 안고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저금리의 지속화, 정부의 정책, 서울 지역 중심 아파트 가격이 전세 가격과 매매 격차가 10~20% 정도밖에 나지 않는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갭투자’ 관련 전문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갭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강의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업계 전문가들은 순기능도 존재하지만 ‘갭투자’의 위험성이 더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갭투자’의 두 얼굴을 들여다봤다.

갭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갭투자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이용한 투자로 적은 투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매가격 5억 원의 아파트 전세금액이 4억8000만 원일 경우 투자자가 전세보증금을 끼고 2000만 원을 투자해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후 전세기간이 지난 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아파트를 판매하면 투자했던 금액과 그 이상의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는 것.

이론대로라면 100%의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자라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 같은 갭투자 열풍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 높은 지역,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갭투자 주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전세가율 83.3%)와 동대문구(81.2%), 구로구(80.6%), 서대문구(80%) 등 전세가율이 80%를 웃돌았다. 이처럼 주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 대한 갭투자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갭투자의 시작
 
갭투자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2013년 4월부터 12월 말까지 시행된 신축, 미분양, 1세대 1주택자 주택에 대한 주택을 매입해서 5년 이내에 팔 경우 양도소득세(일정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증가한 자산을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이득에 부과하는 조세)를 100% 감면해 주는 제도 시행으로 인해 갭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는 저금리 지속으로 인한 전세 가격의 폭등, 전세자금 대출 확대 등으로 갭투자 성공 사례들이 책과 온라인을 통한 소개, 갭투자 설명회, 투자클럽 형성과 갭투자 성공 사례가 TV 전파를 타자 소액 투자로 고액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관심을 증명하듯 주요 포털사이트에 갭투자에 대한 검색을 하면 관련 자료들이 넘쳐나고 있었으며, 갭투자 투자자들을 위한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실제 서울시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갭투자 관련 책을 읽는 사람도 목격할 수 있었다. 또 무료로 진행되는 갭투자 설명회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으며 유료로 진행되는 수업 역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갭투자 클럽에 가입해 일명 컨설턴트와 투자자들이 짝을 지어 버스를 타고 ‘갭투자 투어’를 다니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 사람들 역시 높은 전세가율이 형성된 수도권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자녀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나 직장에 다니게 되면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 차원에서 갭투자를 하는 것이다.
 
갭투자의 순기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갭투자는 ‘불법’이 아닌 ‘투자’라는 견해를 보인다. 갭투자는 부동산 가격조정을 빨리 하게 하고 수도권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는 등이 긍정요인이 되는 부분으로 꼽았다.
 
갭투자의 위험성
 
그러나 갭투자의 위험성은 여러 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높은 전세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갭투자와 관련돼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 누리꾼은 “집을 투자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로 인해 집값이 오르는 일이 생겨 서민들이 더 힘든 거다. 집은 거주 목적이지 투자 목적으로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고 했다. 반면 투자는 손실을 감소하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다.
 
기자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통해 갭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갭투자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갭투자는 자기 자본 없이 수익을 노리는 건데 단기적 시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 교란 행위가 간혹 나타날 수 있어 문제다. 보통 떴다방이나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랑 같이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심 교수는 “만약 몇 년이 지나 전세금을 돌려받고자 했지만,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세입자들은 깡통전세를 갖게 된다. 그런 점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교언 교수는 투자를 앞둔 계획자들에게 “철저하게 여러 사람 말을 들어보고 향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되느냐 그것을 봐야 한다. 집값이 떨어지게 된다면 아무래도 자기 자본금이 적기 때문에 자기 대비 수익률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며 “갭투자를 한다면 부채를 적게 해서 시작하고 떨어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사업구조로 가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해야 한다. 서울 경기는 1~20프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무리하게 자기자본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갭투자를 하더라도 상승기에 해야 하고 대도시나 수요 충분한 쪽으로 해야 한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단기간에 그만큼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크다, 시기와 지역을 잘 선정해서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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