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1조2000억 원, 일자리 1만5000개. 사설탐정제도(민간조사업)를 법제화했을 때 기대되는 수치다. 경찰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이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인탐정제도 공약을 내세우며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른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로 불리며 음성적으로 활동하던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자는 것인데, 20년 넘게 끌어온 사안인 만큼 더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이 최근 형성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탐정 합법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정보가 이익과 직결되는 분야의 업계가 특히 그렇다. 기업들은 경쟁업체나 ‘거물급’ 고객의 정보를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적절한 경영전략과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가 돈인 세상 아닌가. 탐정이 합법화 되면 IT 회사들은 탐정을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파견하는 등 적극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지식재산권 침해나 특허권 분쟁 등에서도 탐정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돈이 많은 대기업이나 부유층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헤치는 산업스파이가 늘어날 소지도 있다.
 
사설탐정 법제화 논쟁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사설탐정을 인정하자는 목소리는 지난 20년 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있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신(新)직업 41개중 첫 번째로 사립탐정을 소개했다. 국회에는 현재 공인 탐정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태다.
 
특히 2015년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사설탐정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에 대한 증거자료 수집 의뢰가 전체 의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공인탐정법이 통과되면 선진국에서의 운영 노하우를 무기로 국내 시장에 들어온 해외 업체에 맞서 토종 업체가 약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음성적이고 영세화될 수밖에 없었던 국내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서비스 형태는 다양하다. 실종가족 찾기, 소송 자료 수집, 보험사기 조사,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등이다.
 
탐정제도 합법화 추진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사생활 침해’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민간조사업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간조사가 활성화되면 사생활과 개인정보 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한 한국에서 민간조사업 도입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사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도 오래 전 탐정을 합법화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국가 수사기관이 국민의 모든 조사 수요를 해결해주기란 불가능하다”며 “추후 시행령에서 공인탐정의 활동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흥신소의 음성적 정보수집 활동을 양지로 끌어내야 사생활 침해 등 불법영역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관측도 있다. 공인탐정 도입으로 사생활 침해가 도리어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로 퇴직 경찰관들이 사설탐정을 하는 ‘전관예우’의 문제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한다면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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