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기업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우선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개편할지 대한 관심이 높다. 또 자금은 어디서 끌어 올지, 정부는 어떻게 해석할지 등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 현대차 등도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 롯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는 지난 8일 주주 명부를 폐쇄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분할 및 합병 수순을 밟는 것이다.
 
앞서 해당 계열사들은 이사회를 열고 투자 및 사업부문의 인적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에 각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한 롯데지주사(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복수의 상장사 분할과 합병을 동시에 추진하는 첫 사례인데다, 새 정부 출범 후 재벌그룹의 첫 지배구조 개편이어서 기업들이 더욱 주목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완료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설 롯데 지주사 지분 10.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재계의 또 다른 관심은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현 정부가 어떻게 받아 들일지다. 분할합병 과정에서 정부 승인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몇 개 있는데, 이를 롯데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본 뒤 다른 기업들도 대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주주가 관행 또는 편법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여러 개 발표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련 부처들이 롯데의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승인 또는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가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도 주목된다. 4개 회사의 주가가 지금보다 크게 오르면, 추가 지분을 획득해야하는 롯데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이후 지주사 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당 계열사들의 주가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합병가액에 따른 롯데지주의 각 계열사 지분율은 롯데쇼핑 18.7%, 롯데칠성음료 19.3%, 롯데푸드 22.1% 등으로 추산된다. 롯데제과 지분은 없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상장사의 경우 20%(비상장 40%)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한다.
 
이는 롯데그룹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주가가 30만 원을 오르내리고 있어 2.3%포인트가량 지분율을 올리려면 최소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여기에 롯데제과 지분도 확보해야하는 상황에서 롯데의 자체 자금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롯데그룹이 기존 사업회사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과 지주사 지분을 교환하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쇼핑 최대주주(13.46%)인 신 회장이 지분을 지주사 주식과 교환하면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은 한 두 개가 아니다”라며 “자금 마련 과정만 하더라도 전략은 다수 존재한다. 현 정치권 상황과 맞물려 다양한 카드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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