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 보니 여당 의원으로… 막중한 책임감 느껴”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20대 국회가 개원(2016.5.30)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중순까지는 국가적으로 격동의 시기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국은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일요서울은 20대 국회 1년을 맞아 ‘초년생’들의 그간 의정 활동에 대한 소회와 정치 현안을 둘러싼 의견에 대해 들어볼 예정이다.
 
첫 주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44·서울 은평구갑) 의원이다.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행색(?)으로 늘 피곤한 모습이지만 각종 현장에 어김없이 보이는 국회의원. 본회의장에서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하지만 의정활동 1년간 무려 64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다. 일요서울은 지난 14일 박 의원의 지역사무실에서 그의 ‘의정활동 1년’에 대해 들어봤다.
 
‘국정 농단·촛불·탄핵과 조기 대선까지’ 초유의 사건 ‘압축 경험’
대표 발의 법안만 64개…‘재선 도전’ 즉답 피했으나 ‘적극 고민’

 
“생각보다 일이 많고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입안이 다 헐었네요.” 초선으로서 국회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피곤한 모습이었다. 메마른 듯한 피부와 제 위치를 잃은 머리카락이 익숙한 듯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1시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와 정치 철학을 밝히는 그의 눈빛은 진지했고 단호했다. 그는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이제 성과(법안 통과)가 나올 거라서 보람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1년간의 의정활동 ‘눈길’
그래도 못 마땅한 아내?

 
국회 상임위·본회의 출석률 100%, 대표 발의 법안 총 64개. 박 의원의 1년간 의정활동 내역이다. 그는 “(변호사 활동하면서) 느꼈던 문제들을 커버하는 법안을 거의 다 발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는 발의에 집중하기보다 이미 발의한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킬 것인가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아내(강영구 변호사)는 이 같은 그의 활동을 여전히 부족하다며 ‘채근’한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은 “(아내가) 항상 저보고 왜 이렇게 열심히 안 하냐고. 더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 얘기한다”면서 “‘제가 죽을 거 같다’고 말하면 ‘뭘 죽을 것 같냐. 더 열심히 해라. 지금도 저보고 일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이어진 대규모 촛불집회, 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 조기 대선까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들을 마주했다. 박 의원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굉장히 바빴고 정신 차려보니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어 있었다”라고 그간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위대한 힘을 체감하는 1년이었고 국민들이 보여줬던 여러 가지 모습과 요구들을 잘 받아서 새 정부가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크다”라고 했다.
 
‘괜히 정치했다’
후회했던 순간

 
박 의원은 의정활동 중 가장 뿌듯하고, 반대로 가장 무기력했던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두 세월호 관련 일을 언급했다. “지난해 여름 세월호 특조위가 강제 종료될 때 기간 연장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굉장히 힘들었다. 특히 가족들이 ‘야당이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안 하느냐’며 단식할 때 무력감을 느꼈고, 이 때 정치에 뛰어든 것을 후회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2기 특조위’를 발족시킬 수 있는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데 성공한 것은 대단히 뿌듯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명 ‘진상규명 특별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지난해 말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최대 1년 이내 본회의에 ‘자동 상정’ 된다. 늦어도 올해 11월에는 본회의 표결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이 법안에 협조적인 만큼 통과를 낙관했다.
 
‘변호사 박주민’과 ‘국회의원 박주민’은 어떻게 다른지 묻자 그는, 법을 취급하는 것은 같지만 법을 다루는 방식이나 관철시키는 방법은 천지차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시절에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주장하고 싸우기만 했었는데, 국회의원은 성과를 내기 위해 싸우기만 해서는 되지 않더라. 예컨대 ‘당신 되게 나쁜 사람이다 그래도 함께 하자’, ‘너 같은 인간 처음 봤다. 그러니까 같이 하자’ 이런 식으로 해야 뭔가 성과가 나오는 식이다. 사법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입법으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확실히 다르더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물과 사회 현상을 바라보게 됐다.”
 
“문재인 실컷 부려먹자”
새 정부 출범 한 달 평가는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5년간 실컷 부려 먹읍시다!” 그는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30일 신촌 거리 유세에서 이렇게 사자후를 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현재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걸로 보아 국민들이 문 대통령 행보를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박 의원은 청문 정국과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 등을 둘러싼 야당의 행보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부 흠집내기’가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일자리 추경안에 대해서도 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합리적이지 않다는 (야당의) 비판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일자리 문제의 절박성을 야당이 덜 체감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청년 실업 등에 대한) 긴급함과 필요성에 비춰 추경할 수 있게끔 해주시고, 그 집행 과정이나 이후 효과를 보고 그 때 비판·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가까스로 ‘배지’ 달아
다음 총선, ‘긍정적 고려’

 
지난 총선에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서울 은평 지역에 뒤늦게 공천된 박 의원은 가까스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1년간 굵직굵직한 사건을 관여하면서 ‘압축 경험’을 했다. 자연스레 향후 의정 활동 목표와 ‘재선 도전’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는 ‘재선 도전’을 묻는 질문에 즉답은 피하면서도 긍정 의사를 내비쳤다. 박 의원은 “현 시점에서 강력한 도전 의지를 밝히긴 어렵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제가 하는 일이 성과를 내고 하면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정치인으로서의 개인적 목표도 덧붙였다. “제가 정치를 멈췄을 때 사람들이 ‘야 저 사람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실제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치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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