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지만 일본 자민당은 지난 1955년 11월 당시 자유당과 집권당인 민주당 간의 보수통합에 의해 창당된 이래 시장자유주의와 반공을 기치로 무려 55년간의 장기집권을 했다. 
자민당이 이토록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당 내 각 계파의 수뇌가 번갈아 가며 기업 관료 중심으로 총리직을 수행함으로써 당을 활성화하는 한편 야당의 정책도 국민이 원할 경우 과감하게 채택했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민당의 각 파벌은 권력을 둘러싸고 금품거래를 하거나 파벌싸움을 일삼는 등 적잖은 역작용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각 파벌의 우두머리가 번갈아가며 총리 자리에 앉음으로써 특정 파벌의 정권 독점이 방지됐다. 자민당은 또 보수정당이면서도 항상 현실적인 정치 선택을 추구했다. 비록 야당이 내놓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의사임을 확인한 뒤에는 이를 국가시책으로 채택하는 융통성 있는 국가운영을 망설이지 않았다.
또 다른 요인으로 외교문제에 관한 한 야당과 협력했으며 관계(官界) 및 재계와도 유착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들 수가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자민당은 장기집권 과정에서 지나치게 정경유착을 고수하면서 사회 양극화를 심화하는 정책을 폈고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한 잘못된 관료주의를 팽배시키면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경제 불황 속에 허덕이게 되고 평생고용의 관행이 깨지면서 비정규직과 실업자들이 양산되어 경제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었다. 또 노령화 극대화에 따른 정부의 혁명적인 개혁이 필요했지만 자민당은 수수방관해서 자멸하고 말았다.
결국 2009년 국민들은 자민당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자민당 대신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어부지리로 집권한 민주당도 오래 가지 못했다. 2009년 집권 후 선심성으로 내건 복지 관련 공약들을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취소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여기에 리더들의 정책부재까지 겹치자 민심은 금방 민주당을 외면했다. 여기다 포퓰리즘 공약으로 민주당의 인기는 급전직하했다.
결국 일본 국민은 2012년 다시 자민당을 선택했다. 정권을 내준 지 3년 만에 재집권한 자민당은 또다시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다. 그 정점에 아베 총리가 있다. 아베는 총리와 관방장관의 역할 분담을 적절히 하면서 관료들을 통제하는 한편 정치 해결사 노릇을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거머쥐고 놀며 지내기보다 돈은 좀 적더라도 지속적으로 일하길 원하는 자국민의 성향에 맞는 경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경제가 고꾸라지면 지지 기반도 허물어진다는 사실을 2009년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당시 자민당은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문제는 경제야’를 외쳐 ‘정치가 더 문제’라고 접근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극적인 승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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