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 카페인 과다섭취 주의보가 내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이 아닌 연령대의 평균 카페인 일일섭취량이 청소년(만13~18세) 24.2mg, 초등학생(만7~12세) 7.9mg, 미취학어린이(만1~6세) 3.6mg으로 각각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의 16.4%, 8.4%, 8.4%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 직장인 503명을 대상으로 하루 커피 섭취량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110명(21.9%)이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카페인 과다 섭취는 고 카페인 음료가 인기를 끌면서 생긴 부작용으로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 성인의 커피 섭취량을 따질 때 커피의 카페인도 피해가긴 어렵다.

커피의 항산화효과와 심장질환개선, 당뇨에도 도움이 되는 등 적당히 마시면 몸에 이로운 영향이 매우 많지만 카페인성분의 양면성은 언제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나 임산부들 사이에선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찾는데 그 중 하나가 치커리 커피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커피는 말 그대로 치커리로 만든다. 여기엔 재미있는 역사가 숨겨져 있다.

치커리 커피를 처음 만들어 마신 나라는 프랑스다. 유럽에서도 미식의 나라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에서 치커리뿌리가루를 가지고 커피를 마시게 된 사연은 사실 커피를 너무 마시고 싶어서였다.

1664년 프랑스 주재 터키대사가 루이 14세에게 처음 커피를 소개하면서 귀족들을 중심으로 커피를 음용하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커피나무 재배에 성공을 하면서 프랑스의 커피 지배가 가능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카페’는 커피와 간단한 식사도 하고 술도 파는 곳이다. 1686년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문학 카페인 프로코프에서는 루소, 발자크, 빅토르 위고 등 유명한 작가들이 모여 커피를 즐겼으며, 혁명 당시에는 카페가 개혁 정치인들의 집합 장소였다고 한다.

그러나 1806년 나폴레옹의 공포스런 대륙봉쇄령으로 유럽 다른 국가들의 통상을 금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은 설탕과 커피를 접할 기회를 동시에 빼앗겨버렸다.

사탕수수 설탕 대신 사탕무로 만든 설탕을 썼고 모자라는 커피는 치커리 분말과 섞어 먹었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던 프랑스 사람들은 이때부터 치커리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다.

카페인이 없는 치커리 커피는 몽롱한 정신을 맑게 깨우기에는 역부족이었으나 당시의 요리사들은 금방 빻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값이 싼 치커리를 마음껏 사용하면서 치커리 커피가 더 맛있고 몸에 좋다는 주장과 함께 커피보다 치커리 커피의 개운한 맛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결국에는 치커리 분말을 반죽하여 원두의 모양처럼 만들어 팔았고 돈이 많은 귀족들은 치커리커피가 아닌 질 좋은 원두를 구하는데 열을 올렸다. 좋은 원두를 찾아다니고 음미하면서 프랑스의 커피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이다.

아직 그 때의 문화가 남아있어 프랑스에는 커피에 치커리가루를 섞어 커피를 만드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치커리 커피만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 그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궁여지책으로 시작된 커피대용품이던 치커리 커피가 요즘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카페인에 지쳐 힘들다면 한번쯤 권해보고 싶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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