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발전과 함께 온 ‘디지털 과의존’ 증상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현대 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 기기 발전은 인류 문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든 것이다. 디지털 문명은 급속도로 퍼져 나가 현대인의 삶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6년 12월 기준 85%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이 문제다. 또 이것이 디지털금단현상, 심각한 중독,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디지털 단식’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인기를 끈다. 디지털 기기 의존도를 줄여보자는 움직임이다.

스마트폰 실태 조사 결과 청소년 ‘30.6%’로 과의존 위험도 가장 높아
심각한 ‘중독’ 증세 오기 전 자신에게 맞는 ‘단식’ 방법 찾아야


①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으로 학교 성적이나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 ②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면 온 세상을 잃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③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그만 해야지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계속한다.

이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성인 스마트폰중독 자가진단’ 문항이다. 대다수 문항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고 답했다면 디지털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디지털 중독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TV, 인터넷 등이 없이 생활을 하게 되면 불안을 느끼는 증상이다. 과의존(중독)이라는 측면에서 약물, 알코올, 마약 등과 같은 양상을 띤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의 발전이 인류 문명사 변화에 크게 작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인간이 기기에 종속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회사원 A(28)씨의 아침은 스마트폰과 함께한다.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리게 되면 기상을 하고 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우선적으로 확인한다. 한시가 바쁜 아침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여는 아침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 출근길도 마찬가지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온라인 기사와 여러 쇼핑몰 홈페이지들을 살펴본다. 직장에서는 업무를 위해 컴퓨터를 켠다. 화장실을 가거나 점심시간 이후의 여유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영업자 B(42)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님이 없는 시간을 비롯해 지인들과 연락을 취하다보면 스마트폰이 하루 종일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둔 채 화장실이라도 가게 되면 불안에 떤다. 가게 홍보나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24/7 디바이스’
‘스몸비’ 무엇?

 
A씨와 B씨의 상황은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현대인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일상이다.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스마트폰과 함께한다는 뜻으로 ‘24/7 디바이스(24hours 7days device)’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또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좀비와 같다고 해서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다.

이 같은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는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 냈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스마트폰 중독과 더불어 디지털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등이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6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를 겪는 과의존(고위험군+잠재적위험군) 위험군이 17.8%로 집계됐다. 특히 10~19세 청소년이 30.6%로 가장 높았으며 이중 만 3~9세 유아동이 17.9%로 20~59세인 성인 16.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로는 60~69세인 60대가 11.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국가통계명칭 변경(중독→과의존)을 반영하고 인터넷 이용 환경 변화를 고려해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통칭해 조사됐다.
 
스마트쉼센터
다양한 채널 구축

 
디지털 중독을 치유하고자하는 디지털 단식(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몸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요법처럼 ‘디지털 독’도 빼내자는 측면이다. 다른 명칭으로는 ‘디지털 다이어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15년에는 ‘스마트폰 1.1.1 운동’으로 1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스마트폰을 끄자는 내용의 캠페인이 펼쳐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된 현 시대에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상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로 디지털 의존도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구글의 전 회장이었던 에릭 슈미트는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취지에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제안한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5가지 방법’도 눈길을 끈다. ‘침대로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말 것’, ‘이메일 계정을 수시로 확인하지 말 것(로그아웃)’, ‘SNS와 모바일 메신저의 알림 기능을 꺼놓을 것’,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대신 종이책을 볼 것’, ‘온라인 접속 시간을 측정해 통제할 것’ 등이다.

해외에서도 디지털 단식 운동은 활발하다. 디지털 기기 없이 자연에서 아날로그 삶을 경험하게 하는 캠프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면 숙박비를 깎아주는 등의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예방교육과 상담, 청소년 대상 치유 캠프, 건강한 스마트 문화 운동 등 캠페인, 스마트폰·PC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 보급 등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쉼센터는 Smart(인터넷, 스마트폰 등)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쉼을 갖도록 도와주는 센터다. 온라인·전화 상담은 물론이고 지역별로 센터가 마련돼 있어 직접 상담과 단체 교육까지 참석해 볼 수 있다.

스마트쉼센터 본원 관계자는 “(디지털) 과의존(중독)이 ‘조절실패’, ‘현저성’, ‘문제적 결과’ 등의 현상을 초래한다. 그 중 가장 먼저 (과의존자들은) 조절 실패에 도달하며 피로도 증가, (디지털 기기의) 불필요함을 느끼며 조절능력이 저하 된다”며 “그로인해 대인관계, 학업·직장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통제성을 넘어서면 심각한 중독 증상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중독은 극히 드물지만 과의존 성향이 (쉽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과의존 영역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등의 활동은 개인마다 (과의존 위험 및)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마련해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쉼센터에서) 직접 상담은 (신청을 하게 되면) 대기가 길어지게 될 경우 1~2주 이내에 상담이 가능하다. 지역별 상담자가 몰려 전국적인 대응책(지역별 센터)을 마련했으며 실시간 온라인·전화 상담도 가능해 다양한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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