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소식, 6월 들어 벌써 ‘세 번째’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국내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여러 소식들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하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은 말할 나위 없고 무인기까지 동원해 국내 영공을 침범한 상황이다. 특히 북한 주민‧병사들의 연이은 귀순 소식은 북한 정권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 대변한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들의 귀순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과연 어떠한 상황에 놓여 귀순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선택한 것일까. 일요서울은 이들의 귀순 과정과 무방비로 노출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北, 한국 정부가 북한 선원 ‘강제로’ 억류했다 주장···‘정치적 문제’ 삼아
북한군 내 식량 사정 악화···북한 주민들 해외로 떠난다


지난 1일경 함경남도 신포에서 2~3t급 고깃배를 타고 출항했다가 연료 부족과 기상악화 등으로 표류하던 북한 선원들이 3일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우리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이 선박에는 기관장까지 모두 3명이 승선해 있었으며 50대 남성 A씨는 해경에 구조될 당시에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의 아들인 B씨도 귀순을 결정했으나 함께 구조된 기관사는 북측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A씨와 B씨는 북한에 가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A씨와 B씨가 귀순을 결심한 구체적인 동기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한 한편 기관장과 지난 2일 동해상에서 구조된 또 다른 북한선원 1명 등 총 2명을 9일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선원을 강제로 억류했다고 주장하며 관영 매체와 대남기구, 귀순 선원 가족들을 총동원해 ‘전원 송환’을 요구했다.

당시 관영 매체들은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반인권적 만행’을 비난하고, 판문점에서 항의투쟁까지 벌였다고 선동했다.

북한 대남단체 민족화해협의회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억류한 우리 주민에 대한 송환 문제가 인권과 인도주의적 문제인 동시에 북남관계에 엄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첨예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모략소동을 걷어치우라”며 “무조건 돌려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민간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 등을 추진하자 지난해 대남 국가기구로 승격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관계자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산가족 상봉 조건으로 탈북 식당 종업원 등의 송환을 요구하는 등 힘겨루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 선원의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한 것인 만큼 북측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선원의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은 약 23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 2015년 7월 4일 동해상에서 북한 선원 5명이 구조됐으며 그중 3명이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2명만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후 최근까지 몇 차례의 구조 사례가 있었으나 구조된 북한 선원들은 모두 자유의사에 따라 북한으로 돌아간 바 있다.

지난 13일 저녁 북한 최전방 부대 경계병 1명이 자신의 부대를 빠져나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해당 병사는 곧바로 귀순 의사를 밝혔다.

우리 군에 따르면 20대 초반의 병사는 상병 정도의 계급으로 전방소초 경계병 근무를 했으며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병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진술했다. 이 병사는 175cm의 신장으로 북한군 중에서는 키가 큰 편이지만 체중은 52kg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정은 집권 이후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투식량 보관소인 ‘2호 창고’를 개방했으며 북한군의 식량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군 내부에서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뜻인 ‘강영실 동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는 진술도 알려졌다.

이어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8일에도 북한 주민 1명이 우리 측으로 귀순해왔다고 밝혔다. 이 귀순자는 부유물을 이용해 한강 하구로 떠내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이날 “오늘(18일) 오전 2시 30분경 김포반도 북단 한강하구 지역으로 북한 주민 1명이 귀순했다”고 밝혔다.

해당 귀순자는 20대 남성으로 밀물 때 부유물을 잡고 한강 하구로 떠내려와 해병대 2사단 초병에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은 귀순자를 우리 측으로 인도해 귀순 동기와 과정 등을 합동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달에만 벌써 북한 주민‧병사의 귀순이 세 번째이며 인원은 총 4명이다.

이 밖에 북한이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송환 요구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이 관측되자 최근 발생한 여러 귀순 상황을 정치적 문제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들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잇따른 북한 주민‧병사들의 귀순 소식 이외에도 여론에게 재조명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이다. 북한에서는 인권유린을 비롯해 노동 구조와 임금체계가 붕괴되는 상황을 직면하고 있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비공식적인 경제활동인 만큼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노동자 인권 실태 세미나’가 열려 발표자들은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여러 발표 내용과 자료들을 살펴보면 북한의 해외 인력 파견은 당국(북한)의 기관 및 기업소에 의해 엄격히 제한‧통제된다. 또 지위나 성분, 뇌물에 의해서 파견이 결정된다.

결국 공식적으로 해외 파견 자격을 얻지 못하는 일반 주민들은 돈벌이를 위해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벌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노동자들은 파견된 해당 나라에서 보장해야 하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복지조차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한 이승주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의 주요한 특징은 세 가지로 압축해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첫째 북한 해외 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가 북한 내부가 아닌 북한 밖에서 행해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북한 해외 노동을 포함한 인권 피해 문제의 핵심은 북한 정권이 북한 외부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에게 내리는 일종의 지침이 있으며,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든 노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 있을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지침을 행하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일상과 근무 형태가 이웃으로 사는 우리들에게 여과 없이 목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 해외 노동자의 인권 문제는 국내외 NGO 및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제기가 돼 왔다. 또 국제사회는 대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북한 내에서 자행되는 인권 탄압, 정치범 수용소 운영 등의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김웅기 서울지방변호사회 북한인권소위원장은 “하루빨리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돼야 한다”며 “통일부와 재단, 북한인권 NGO들이 협력해 전 세계에 흩어져 고통 받고 있는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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