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대출 금리가 ‘도미노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을 결정한데 이어 이르면 올해 안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출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대출금리도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금리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다 중·장기적으로 시중금리 상승이 조달 비용 증가를 불러와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내림세를 보이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이달 들어 0.01%포인트가량 올랐다.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변동금리가 오른 건 올 들어 처음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가계대출의 6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대출금리 상승세는 2금융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2금융권의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저축은행 연 10.77%, 신용협동조합 연 4.66%, 새마을금고 연 4.01% 등이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저축은행은 0.98%포인트 낮아다. 하지만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대출금리는 각각 0.06%포인트, 0.09%포인트씩 상승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2금융권 대출이 올 들어 급증했다는 점이다. 4월 말 기준 대부업을 제외한 비은행권 대출잔액은 762조2869억 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수치다. 올해 1~4월에만 37조7445억 원 늘었다.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 2조3000억 원(지난해 말 기준)가량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고소득층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이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소득 1분위는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이자부담액이 1000억 원 증가하지만 소득이 낮은 5분위의 이자부담액은 1조1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금융당국이 연 20%가 넘는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규제했기 때문에 당장 대출금리가 오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저신용 대출자가 많고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은 이번 금리 인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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