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는 청춘…‘필수’로 자리 잡은 자격증에 ‘좌절’

“스펙 말고 나에 대한 표현 방법 한정돼 있어”
 
직무 중심의 채용 문화 다른 사교육 부담 가중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스펙(직장을 구할 때 요구되는 평가요소) 쌓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세태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잉 경쟁으로 ‘잉여 스펙’ ‘과잉 스펙’ 등의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대 국정과제로 꼽은 ‘청년실업’ 문제 타개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학벌, 스펙 위주에서 벗어나 능력과 직무 중심 채용 촉진이 있다. 그러나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이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의 공백, 공공기관과 중견·중소기업 외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등의 미지수로 스펙 쌓기 과열 진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서울은 실제 취업준비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점을 짚어봤다.
 
1분기 청년 실업률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11.6%, 지난 4월 말 기준 청년 실업률은 11.7%, 지난달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9%를 기록했다. 여전히 두 자릿수의 높은 수치에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인해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잉여 스펙’ ‘과잉 스펙’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11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라는 물음에 90.1%의 응답자들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취업준비생들에게 ‘보유한 스펙 중 불필요한 잉여 스펙이 있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 39.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취업준비생 10명중 4명이 자신의 스펙 중 ‘잉여 스펙’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실제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담당자들은 이런 ‘잉여 스펙’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취업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올해 초 기업 인사담당자 280명을 대상으로 ‘구직자 잉여 스펙’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8.9%가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의 노력을 알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19.6%, ‘채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15.4%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직무와 관련이 없는 잉여스펙은 필요 없으며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난 ‘개인의 노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구직자들의 스펙 쌓기는 ‘잉여’를 넘어 ‘과잉’으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과잉 스펙’에 대해서도 인사담당자들의 생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인사담당자 82.5%는 ‘인재 채용 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펙이 있다’고 답했다. 그들이 말한 불필요한 스펙 1위는 ‘변호사 회계사 등 고급 자격증(15%)’인 것으로 나타났다. 2위로 ‘석·박사 학위’가 11.3%를 차지했고 ‘한자 능력(10.1%)’, ‘봉사활동 경험(9.4%)’ 등이 뒤를 이었다.
 
스펙 쌓으려는 이유
 
취업준비생들 역시 인지하고 있는 불필요한 ‘잉여 스펙’과 일부 인사담당자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과잉 스펙’에도 계속 스펙을 쌓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식품 대기업 취업을 앞둔 대학원 생 K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역시 식품 대기업 취업을 위해 토익과 토익 스피킹, 오픽, 전공자격증 등을 취득했으며 취업이 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스펙’을 쌓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스펙 올리기에 열중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서 인정받고 튀기 위해서는 스펙 말고 다른 것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되어 있다”며 “자격증은 숫자로 점수가 되어 있기 때문에 내 실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해 더 열중해서 스펙 즉 자격증을 더 따려 한다”고 답했다.
 
K씨는 “다른 것으로는 나에 대해 즉, 성격이나 성향은 표현할 수 있지만 실력은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스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과잉 스펙 때문에 진짜 실력자들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IT 관련 기업에 취업한 B씨는 취업 전 스펙을 쌓기 위해 여러 가지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린 바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IT 관련 기업에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격증만 한 게 없다며, 같이 취업을 준비했던 지인들과 함께 IT 관련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정보처리기사·컴퓨터활용능력(컴활)·MOS·워드 등의 IT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다니는 회사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어 앞으로 자격증 취득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며, 대체로 영문 프로그램이라 이를 다루기 위해 영어 공부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직무 중심 채용 나선 정부

학벌과 스펙 위주에서 벗어나 능력과 직무 중심의 채용을 촉진하기 위해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기업·공공기관·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능력과 직무 중심인 채용 문화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는 학벌과 스펙 위주의 채용 문화로 인한 폐해인 ‘잉여 스펙’ ‘과잉 스펙’ 근절을 위해 나선 것. 정부는 130개 공공기관에 능력중심 채용방식을 도입하는 등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 관행을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이 자리 잡을 때까지 걸릴 시간의 공백, 공공기관과 중견·중소기업 외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등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스펙 쌓기 과열 진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문제는 능력과 직무 중심의 채용 문화가 또 다른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직무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필기시험과 자격증 취득 등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이 인적성 평가 및 논술·면접, 자기소개서 작성 대비용 강좌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취업준비생들의 혼란만 더 키웠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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