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해선 안 되고 할 위치에도 있지 않으면서 안보외교 수장처럼 민감한 말을 사려없이 토해내 말썽을 빚었다.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였다. 그의 경망한 발언은 한·미정상회담(6월29-30일)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외교안보 전선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청와대측은 문 특보에게 “앞으로 있을 여러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하게 말(경고)했다.”고 밝혔다.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도 문 특보의 발언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논의를 거친 통일된 의견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문 특보는 튀는 발언으로 세인의 주목을 끌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을 자제하지 못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합동 군사훈련과 한반도의 미국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 전략자산의 축소 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말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 특보가 마치 한국의 안보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은 인상을 금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즉각 문 특보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공식 정책을 반영한 게 아닐 수 있다”며 부정했다. 문 대통령도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대선 후보 시절 “한·미군사훈련의 축소 혹은 조정을 말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 날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문 특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미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배치가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북한의 대응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북한의 긴장조성이 한·미 양국 탓이란 주장은 북한이 상투적으로 되풀이해 오던 선전선동이다. 북한에 퍼주고 비위 맞춰주던 김대중·노무현 햇볕정책 시절 남한 내 반미친북 세력이 입만 열면 떠들어대던 한반도 긴장의 미국 책임 전가를 떠올리게 했다. 
문 특보는 또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이 함양된 것은 분명한데, 그만큼 미군전략무기가 (남한에) 전진 배치되니까, 북한이 약한 사인 보면 미국이 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북한 매체의 반미선전선동과 맥을 같이한 말이었다. 그는 청와대 특보인지, 북한 주석궁의 대변인인지 헷갈리게 했다. 
그 밖에도 그는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반문했다. 국제관계를 모르는 말이다. 국제정치학 교과서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맹도 없다’고 적혀 있다. 사드 반대로 두 나라가 대결된다면 미국은 배신감에 젖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등 한·미동맹을 깰 수 있다. 문 특보는 더 나아가 “남북대화를 하는 데 북·미대화의 조건과 맞출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노 햇볕정권 당시 “자주파”의 반미자주 노선 선동을 떠올리게 했다. 
문 특보는 김·노 정권 때 대학 교수로 권력 주변에서 햇볕정책 전도사로 맴돌았다. 문 명예교수는 문 대통령에 의해 통일안보외교 특보로 임명되자 10-15년 전 실패한 햇볕정책을 새로 다듬지도 않은 채 그대로 전도하고 다닌다. 그의 반미친북 언행은 오늘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야당들은 물론 일부 일간지들도 사설을 통해 문 특보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적자로 자임하면서 햇볕정책에 묶여있는 탓에 문 특보 같은 인물을 중용하는 실책을 범했다. 새 시대 새 국제구조에 맞는 정책과 전문가들을 써야 한다. 낡고 병든 구시대 인맥을 청산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적폐 청산” 과제이다. 주저 없이 청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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