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지난해 겨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을 이렇게 불렀다. 미디어를 이해하고, 그래서 본인이 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표현될 줄도 알며, 적극적인 미디어 실천을 하는 이들을 저자는 미디어-시민이라 칭한 것이다. 
 
저자는 광장이란 물리적 공간으로 나온 이들이 각종 뉴미디어를 통해 정체화됐다고 진단했다. 광장에 나온 것은 같지만 예전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이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령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백만 촛불 파도타기’ 광경을 생각해보자. 시위 현장에 있을 때 이 퍼포먼스는 큰 의미가 없다. 이 퍼포먼스는 공중시점의 카메라로 찍어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감동적이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는 세계인들도 찬탄했다.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은 사실상 자신의 눈 뿐 아니라 카메라의 눈으로 사태를 인지했다.

운동 세력이 설치한 무대와 스크린이 그 부분을 도왔다. 카메라에 잡히면 저렇게 멋있게 나올 거란 걸 추측하고 사람이 많은 빡빡한 공간에서 당장 자신의 눈으론 지각되지 않을 스펙터클을 위해 ‘파도타기’에 동참했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시위에 참여하면 실시간으로 몇 명이 모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위대 숫자가 충분치 않다 싶으면 친구들을 호출했다.”(527쪽) 

저자는 그들이 어디서 나타났고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탐구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1세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미디어 운동과 연쇄적인 뉴미디어의 탄생과 영향이 그들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지난 5일 시대정신연구소가 출간한 《미디어 시민의 탄생》이란 이 책의 부제는 <21세기 미디어 운동의 흐름과 영향>이다. 저자는 이 기간 닥쳐온 뉴미디어의 조류를 “PC통신(1990년대 중반),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이동(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제로보드 게시판을 기반으로 한 정치 토론 커뮤니티 성립(2000년~2004년), 개인 블로그 번성과 블로고스피어 생태계 구축(2003년~2007년), 취향 커뮤니티들의 정치·사회 게시판 신설(2008년), 트위터의 유행(2009년), 페이스북 유행(2010년대) 등”(7쪽)으로 정리한다. 

이 기간 시사 이슈를 주도하는 매체 역시 신문·잡지에서 지상파 방송으로, 지상파 방송에서 인터넷 포탈과 종편 방송 등으로 변했다. 저자는 이러한 미디어 변동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및 사건과 어우러져 만들어낸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주체의 형성사를 보여주려고 한다.

저자 한윤형씨는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 문제, 미디어 문제, 그리고 현실정치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2007년에는 <드라마틱>과 <판타스틱>의 객원 에디터였고 이후 <씨네21>,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 다양한 매체에 자유기고했다. 매체비평 전문지 <미디어스>에서 2012년부터 3년간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다른 저서로 《뉴라이트 사용후기》(개마고원)와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메디치미디어),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웅진지식하우스)가 있다. 현재는 시대정신연구소 부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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