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다른 마약과 동급화 말아 달라”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6월 29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창립대회가 열렸다. 이들이 시민단체를 설립한 목적은 한국사회에서 대마에 대한 금기를 깨고 의료용 대마의 효용성을 전해 궁극적으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원하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이날 운동본부 창립대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살펴봤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창립대회 개최···20여명 참여
찬성 “의료적으로 필요” vs 반대 “부작용 나타날 수 있어”


이날 운동본부의 창립대회는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2층 212호 모두모임방에서 진행됐다. 기자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15분경. 주최 측을 포함한 10여명 남짓한 참여자들이 조용히 창립대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식적인 창립대회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었으나 주최 측은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시민들이 덜 왔다며 15분이 지난 45분경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행사가 진행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백발의 노인과 50~70세 남짓으로 추정되는 참여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주최자인 강성석 목사는 부산 지역에서 온 참가자도 있다고 말했다.

행사는 ‘임시의장 및 서기 선출’, ‘경과보고’, ‘정관승인 및 임원 추인’, ‘창립선언문 낭독’ 순으로 이어졌으며 공식 행사가 끝나고 ‘운동설계워크샵’이 진행됐다.

강 목사는 행사의 시작을 알리며 “온라인을 통해 연락처를 공개하자 많은 분들에게서 목사가 왜 대마를 합법화 하려 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운동본부 창립과 관련한 기사에 대한) 댓글도 마찬가지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띠었다.

운동본부의 창립대회에 앞서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1970년 ‘습관성의약품관리법’ 제정 이후 대마는 마약이라는 오명을 쓰고, 한국사회에서 금기가 됐다”며 “1976년 대마와 여타 마약을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시) 군사정권은 대마를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대마가 의료용 또는 여가용으로 합법화, 비범죄화 돼 가고 있는 지금에도 한국은 스스로 대마로부터 고립, 단절시키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국회, 대통령령으로 규제하고 있는 청와대, 2005년 헌법소원을 기각했던 헌법재판소를 향한 전면적인 요구를 전달한 시민단체가 우리에겐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공인들의 잇따른
대마초 흡연 혐의

 
이들은 6월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준비 모임에서도 “‘의료용 대마 생존의 문제, 모두를 위한 의료용 대마’라는 슬로건으로 의료용 대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할 수 없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즉각적인 의료용 대마 도입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내 연예계에서는 몇 차례 대마 관련 스캔들로 홍역을 앓았다. 또 유명 가수가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고 군 복부 중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구형받아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 유명 걸그룹 맴버인 A씨는 자신에게 대마초를 권유한 인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경찰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연예인 외에도 국내에서는 대마로 인한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연예인들은 공인으로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으로 규정되는 대마를 흡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항간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마약사범’에서 ‘마약퇴치 전도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시민의 목소리도 눈길을 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에서 생활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중학생 시절 가출했다가 처음으로 본드에 손을 댔으며 이후 대마초, 루비킹, 필로폰 등 다양한 금지약물을 접하면서 30대 초반까지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오갔다고 밝혔다.

또 그의 말에 따르면 1980년대 한국은 대마초 재배가 이미 불법이었지만 시골에선 약재로 쓴다며 남몰래 재배하는 집이 많았다.

B씨는 19살 당시 친구들과 같이 경상남도 봉하에서 대마초를 채취하다가 적발돼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다.

그는 29살이 되던 해에 마약 혐의로 교도소로 수감되면서 자신이 중독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약물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2년 징역을 살고 나와 이틀 만에 친구와 술을 마시던 중 다시 필로폰에 손을 댔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경찰이 자신을 잡으러 온다는 환각에 빠져 거리를 배회하다 구속됐다.

이 같은 B씨의 사례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는 대마 자체를 마약으로 취급하고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용도 마찬가지다. 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을 비롯한 대마초 합법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대마초에 오래 노출되면 단기 기억력이 감퇴하고 운동감각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상황.

대마에 대한 ‘찬반’ 목소리가 다양한 가운데 등장한 운동본부와 이들의 활동, 정부와 관련 부처의 대응이 어떻게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운동본부 창립대회에서 운영위원으로 선출된 회원들은 “대마가 불법화 된 것이 정치적인 계기라고 생각한다. 또 대마가 의료적인 측면으로 필요한 사람이 존재하고 (반대 단체들이 일방적으로) 효과를 보지 못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용 대마
필요한 환자들 있어”

 
또 “(사회적으로) 안 좋은 이미지나 프레임에 갇혀서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과 동급화 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 대마라는 것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행사에) 참여하게 됐고 운영위원회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의 주최자이자 이날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강성석 목사는 “아편은 중독성에도 불구하고 모르핀, 코데인, 노스카핀, 테바인, 헤로인, 메사돈, 펜타닐 등 의약품으로 쓰이고 있다”며 “의료용 대마는 각종 암, 파킨슨 병, 발작 등 유효성이 입증된 질병과 효능을 밝혀내는 의학논문이 미국에서만 1만50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운동본부와 더불어) 당장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모임과 환자가족모임, 의학계, 법조계, 문화계, 공익단체, 인권단체, 노인단체, 호스피스 병원 등 수많은 개인과 단체와 함께 합법화 운동을 같이 할 것”이라며 “의료용 대마가 생존의 문제인 동시에 모두를 위한 것임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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