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소비자 의견 반영한 제품 출시 봇물

‘거꾸로 수박바’ ‘팔도 비빔장’ 등 의견 ‘현실화’

“제품 판매 목적이 아닌 다른 쪽도 귀 기울여야”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최근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른 제품 출시에 나섰다. 롯데제과의 기존 제품인 수박바를 뒤집은 ‘거꾸로 수박바’부터, 만우절 장난으로 시작됐던 팔도의 ‘양념 비빔장’, 해테제과의 ‘토마토마’ 등이 그 주인공이다. 30년 이상 된 장수 제품에 변화를 준 ‘역발상’ 제품부터, 출시 요구가 빗발친 제품의 증정, 생산이 중단됐던 제품 재출시 등 소비자의 ‘의견’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 일요서울은 이들 제품들의 출시 배경과 소비자 니즈(소비자가 느끼는 막연한 욕구와 문제점 인식)에 맞춰 출시될 제품들의 향방에 대해 알아봤다.

롯데제과와 CU가 공동 개발한 ‘거꾸로 수박바’가 지난달 29일 출시됐다. 롯데제과의 ‘수박바’는 1986년 출시한 31년 된 장수 제품으로 매년 150억 원 이상 판매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거꾸로 수박바’는 빨강 부분(멜론·수박 맛)과 초록색 부분(딸기 맛)의 위치를 바꿔 상대적으로 작았던 초록색 부분이 커졌다. 해당 제품 사진이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노출되자 출시 전 누리꾼들로부터 합성 논란이 일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큰 사랑을 받았던 기존 ‘수박바’에서 ‘거꾸로 수박바’가 출시된 배경은 무엇일까.

롯데제과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의 요구가 많이 있었고, 공동 개발한 CU 담당자와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다가 초록색 부분이 더 맛있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에 따라 이 제품이 탄생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얻은 경로에 대해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검색 과정에서 얻기도 하고, 홈페이지에 소비자들이 직접 글을 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전부터 꾸준하게 소비자들이 요구했던 ‘거꾸로 수박바’가 출시 31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데에 그는 “2008년도에 ‘거꾸로 수박바’ 출시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장수 브랜드를 쉽게 바꾸기 어려웠다. 기존의 인기있는 제품을 변경해 출시한 뒤 잘 안 팔릴 경우 기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검토를 거치느라 출시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거꾸로 수박바’는 CU와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CU에 납품하고 있다. 아직 매출액을 측정할 수 없지만 현재 생산과 동시에 ‘완판’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거꾸로 수박바’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거꾸로 더블 비얀코’ 출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더블 비얀코는 사과맛 샤베트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있는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사과맛 샤베트가 맛이 더 좋아 샤베트만 출시 혹은 ‘거꾸로 수박바’와 같은 ‘거꾸로 더블 비얀코’도 출시해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롯데제과 관계자는 “‘거꾸로 더블 비얀코’가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거꾸로 수박바’와 다르게 위아래 형태가 달라 어떻게 담아내냐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소비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장수 브랜드로 이런 변화를 주는 게 쉬운 선택이 아니다”며 “소수의 소비자 니즈를 다 맞추기는 힘들다. 다만 소비자의 의견은 항상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벤트로 입지 굳혀

팔도에서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팔도 비빔면 묶음 상품에 증정용 ‘팔도 비빔면장’을 묶어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올해 1~5월 누적 기준 4700만개 판매를 기록한 팔도의 ‘팔도 비빔면’은 다양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이벤트 성’ 제품으로 여름 라면 시장의 스테디셀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비빔장에 대해 소비자들이 따로 팔면 안 되냐 등 요구가 계속 있었다”며 “만우절에 비빔장 별도 출시라는 농담 이벤트를 했다. 그때 소비자들이 출시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에 답하고자 소비자분들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팔도는 지난 4월 1일 ‘만우절 이벤트’로 ‘팔도 비빔면장’ 출시를 알린 바 있다.

증정용 팔도 비빔장은 팔도 비빔면 묶음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에 소비자들은 팔도 비빔장 자체를 제품화 하면 안 되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바로 판매로 이어가기는 힘들다. 판매의 효과 등 다각적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은 검토된 부분이 전혀 없다”며 “팔도 비빔면의 양을 20% 늘린 제품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가격 유지하고 고객 감사 행사 차원이지, 제품 출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새로운 이벤트성 제품 출시에 대해 그는 “앞으로도 하게 될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 매번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올해는 이벤트를 많이 해온 터라 다른 이벤트는 계획된 게 아직 없다”고 답했다.

12년 만의 재출시

이 외에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들은 계속 출시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야쿠르트’를 거꾸로 뒤집어 얼려 먹기 편하도록 만든 ‘얼려먹는 야쿠르트’를 출시했다. 야쿠르트를 얼려 먹거나 원래 입구가 아닌 아랫부분을 뜯어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에 착안한 역발상이다.

또 생산 중단된 제품이 소비자 요청으로 12년 만에 부활하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3월 토마토 맛 슬러시 아이스크림인 ‘토마토마’를 12년 만에 재출시했다. 2005년 첫선을 보인 토마토마는 아이스크림에는 사용되지 않던 토마토를 주원료로 사용해 출시 20일 만에 매출 3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당시 주력 제품의 주문량도 맞추기 어려워 토마토마의 생산은 출시 1년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출시 요구에 ‘재출시’로 이어졌다.

이에 한 소비자는 “옛 상품이니까 이미지메이킹은 되었고 맛이랑 먹는 방법을 바꾸니 새로워서 손이 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다른 소비자는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 판매 목적이 아닌 다른 쪽도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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