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의해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 된 중국

비싼 중국인 신부 대신 인접국 여자 싸게 데려와
노동자 부족 메우려 해외에서 인력 조달하기도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이 중국을 4년 만에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다시 지정했다. 중국의 북한 노동자 고용과 탈북자 강제 북송 등을 문제 삼았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을 인신매매 국가 1~3등급 중 가장 낮은 3등급 국가로 분류했다. 미국은 2014~2016년 중국을 2등급으로 분류했으나, 이번에 다시 2013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3등급에는 중국을 비롯해 북한·러시아·콩고 등 23개국이 포함돼 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국제적인 인신매매 퇴치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탈북자의 강제 북송과 탈북 여성의 매춘 노출 등을 주요 인권 유린 사례로 꼽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인신매매는 미국 안보와 연결되는 문제”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5만~8만 명의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여 북한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불법적인 수익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다시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강등된 것은 (강제 노역에 노출된) 북한 노동자 고용이 한 원인”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중국의 노력이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그동안 보류했던 대중 무역 제재와 중국이 민감해 하는 인권 문제까지 건드리며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부쩍 중국의 대북 압박 노력에 불만을 표출해 왔다. 지난 6월 20일 트위터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의 도움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1일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에서 한 연설에서는 “북한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더 얻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아직 다 얻어낸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은 “어째서 우리나라가 인신매매에 대해 북한이나 수단 같이 무지막지한 국가들과 동급이란 말이냐?”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인신매매 문제는 깊은 뿌리가 있다. 비단 중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인신매매에는 복잡한 배경이 있다. 그래서 인신매매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작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도 나름대로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중국 공안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2015년 중국 사법당국은 인신매매 용의자 1932명을 검거했으며, 여자와 어린이를 인신매매한 개인 1362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그런 숫자가 중국 인신매매의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중국에는 2억 명이 넘는 떠돌이 노동자가 있으며, 14개 나라와 공유하는 기나긴 중국 국경선은  중국과 그 이웃나라들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중국의 인신매매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큰 요인을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금은 폐기되고 없는 중국의 악명 높은 ‘한 자녀 정책’이다.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돼 오래 시행된 이 정책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성비(性比)가 크게 왜곡됐다. 중국 사람들이 대체로 딸보다 아들 낳기를 선호하는 까닭에 남자가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여자아이 100명 당 남자아이 150명이 있는(정상적인 성비는 남자아이 106명 당 여자아이 103명이라고 인구학자들은 말한다) 마을이 수두룩하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오랜 ‘한 자녀 정책’ 시기를 거치면서 남자는 흔해지고 여자는 귀해지는  현상이 심화돼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현상은 중국 곳곳에서 악명 높은 ‘총각 마을’을 낳았다. 

이는 결혼 적령기의 총각이 많은데 처녀는 귀한 마을을 말한다. 한편 중국 제조업 중심지들의 고용주들은 근로자 부족과 임금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에 인구절벽의 충격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우리나라보다도 2년 앞선 2015년부터 이미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9년부터는 총인구 자체가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요인은 중국이 점점 잘사는 나라가 되면서 중국의 성비 불균형에 연계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악화돼 왔다는 사실이다. 여자가 귀해지다 보니 근년 들어 신랑의 지참금은 특히 시골에서 엄청나게 올랐다. 2011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어느 시골 마을의 신부 가격은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 70배로 상승했다. 그것은 중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아들을 장가보내 집안의 대를 잇게 하려고 신랑 지참금을 저축하느라 여러 해를 고생하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중국 여자에게 장가들려면 고액의 지참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싸게 장가들기 위해 외국 여자를 찾는 남자들이 늘면서 신붓감으로 인신매매돼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 여자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북부 어느 마을의 경우 중국인 신부의 가격이 근년 들어 6만4000달러(약73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브로커를 통해 들어오는 베트남 신부의 가격은 1만8500달러(약2100만 원) 선이다. 베트남 사법당국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베트남 여자 근 4500명이 인신매매범들의 희생물이 됐다. 

이들 가운데 70%는 중국으로 향했다. 베트남 인접 국가인 캄보디아와 라오스 여자들도 비슷한 인신매매 물결을 경험해 왔다. 중국 현지인의 경우도 인신매매에서 결코 더 자유롭지 않다.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래에 결혼하기 위해 어린이를 인신매매하는 사례가 해마다 수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오늘날 중국에서 여자, 어린이, 노동자를 거래하는 금전적 유인(誘因)을 낮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 채택했던 한 자녀 정책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엄청난 정책 실수의 결과물을 쌓아 왔듯이, 인신매매 문제도 그것을 수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국의 호구(戶口)제도를 악용해 떠돌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이 낡은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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