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71년까지 부산 화명동 대천마을 농사일기 매일 기록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대천일기' 1,2권 출간


-도시화 이전부터의 농사일, 마을회의, 지역어 등 일상 소개…로컬리티 연구 중요자료

[일요서울 | 부산 이상연 기자] 부산대학교(총장 전호환)는 로컬 속에서 삶터의 가치를 찾고자 ‘마을 연구’를 꾸준히 수행 중인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로컬리티인문학연구단이 최근 부산 화명동 대천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윤희수(만92세) 옹이 지금도 쓰고 있는 60년 삶의 기록인 '대천일기'를 1, 2로 엮어 출간(부산대출판부)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발간된 '대천일기'1, 2는 60여 년 전인 1954년부터 1971년까지의 농업활동을 기록한 농사일기와 일상을 담은 윤희수 옹의 일기를 해제와 함께 전문 소개하고 있다.

'대천일기'에는 지역어뿐만 아니라 농사 관련 용어, 마을 지명과 인명 등이 표기돼 있어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문장들이 다수 있다. 연구진은 모든 일기를 일일이 입력하고 교정하는 작업을 거쳤으며, 일기의 주인공인 윤희수 옹은 물론 마을사람들과의 인터뷰, 농업 전문가 인터뷰, 관련 문헌 조사 등을 통해 역주를 작성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지처럼 써내려간 농사일기를 통해 도시화 이전의 전형적인 농촌의 일상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1954년 7월 28일 첫 일기는 ‘비 옴’으로 시작한다. 비가 개인 다음날은 ‘오후부터 오두락(五斗落) 논에 기계로써 제초작업을 하였다’라고 썼다. 농사일기인 만큼 매일매일의 날씨를 적고 그날 어떤 농지에서, 누구와 무슨 농사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기록했다.

또한 매년 쌀과 보리를 수확한 후에는 전체 수확고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심은 농지마다 재배한 품종과 수량, 농약의 종류, 날씨 변화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농사를 함께한 가족, 품앗이한 마을 사람들, 머슴의 세경까지 기록돼 있어 한 개인의 농업활동뿐만 아니라 마을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발간에 참여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연구진(양흥숙, 공윤경, 변광석, 차윤정, 차철욱 교수)은 “분명 개인의 일기인데, 대천마을에 같이 살던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이 나타나고 그가 살았던 마을이 드러난다. 때론 일기장엔 마을 밖 소식이 전해졌고,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언어 변천사도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매일 기록…1980~2000년대 급격한 도시화 흐름 후속 일기 단행본 준비

윤희수 옹은 50대까지 하루도 농사일을 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성실한 농부였다. 그는 애써 키운 농산물을 팔기 위해 장이 서는 날이면 부지런히 우차를 몰고 큰 시장인 구포장에 나갔다. 이 우차에는 자기 집 곡식, 남의 집 채소 할 것 없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장에서 돌아올 때에는 마을 사람들이 장에서 사오라고 부탁한 것,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것, 마을에 지급되는 구호물자까지 실려 있었다. 도로가 넓어지고 자동차가 흔해지기 전까지 우차는 당시 농가의 상징이며, 마을 공동체의 연결고리였다.

 연구진이 '대천일기' 1의 부제를 '우차를 몰고 장에 갔다 왔다'로 붙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또한 그는 평생 농사를 짓고, 시간을 쪼개어 마을일을 도맡아 하는 마을 일꾼이기도 했다. 30대, 40대 젊은 농사꾼은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마을회의를 개최했다. 마을 납부금, 비료 배급, 마을 청소, 마을 부역에 이르기까지 마을일을 결정하고 주민에게 전달하는 여러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

그래서 '대천일기' 2의 부제는 '마을 반장회의를 개최한다'로 정해졌다.

연구진은 “일상의 삶은 역동적인 것인데, 흔히들 농촌의 일상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일기를 통해 60년 전 오늘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 또한 얼마나 끈끈한 생명력과 꿈틀거림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후속 작업을 통해 대천마을의 급격한 변화상을 알 수 있는 1980년~2000년대 일기도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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