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8년 6월 여야뿐만 아니라 대권 잠룡들의 운명을 건 혈전이 치러진다. 바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패한 정당이나 대선 주자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여야 잠룡들은 도전 결과에 따라 대권 경주에서 조기 탈락할 수도 있다. 대선은 5년이 남았다. 하지만 예비 대선 주자들의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질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3선 단체장 도전, ‘노회한 이미지’ 불출마 ‘가닥’
- 중앙 무대 진출 대권 주자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러시’


현재까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최될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총 6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의원직을 사퇴한 서울 노원병이 확정됐다.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 중 1심이나 2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 받은 지역이 5곳이다.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 박찬우 의원(충남 천안갑),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삼척),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 최명길 의원(서울 송파을) 등이 있다.

이중에서 여야 대권 주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은 서울 재보선 지역구다. 일단 지난 대선을 통해 대권 주자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안 지사의 경우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재선인 안 지사는 내년 충남도지사 3선에 도전한다면 당선은 무난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안 지사는 최근 사석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겠다. 모두가 원하는, 가려고 달려드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며 “연말연초 상황을 봐서 가장 힘든 곳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험지 가겠다’는 안지사, ‘보수 텃밭’ 출마?

안 지사가 3선 도전을 포기할 경우 놓인 길은 3가지다.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당권 도전, 입각 등이다. ‘험지에 가겠다’고 밝힌 이상 입각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당권 도전도 쉬운 길은 아니지만 친노·친문 세력이 주류인 당내 상황을 감안해 ‘험지’로 분류하기도 애매모호하다. 남은 선택지는 국회의원 재보선만 남았다.

충남도지사인 안 지사가 충청지역의 재보선 출마 역시 ‘이지고잉’(Easy Going)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안 지사의 발언을 감안하면 서울 지역 그것도 여권 강세가 아닌 야권 강세인 송파을 지역 출마가 예상된다.

송파는 강남·서초와 함께 강남권으로 분류돼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분류됐다. 송파병의 경우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지만 송파구청장 출신으로 민주당 김성순 전 의원이 재선을 하면서 지역을 탄탄하게 다져온 덕이 크다. 안 지사가 송파을에 출마한다면 험지에 출마하는 셈이다.

특히 안 지사가 송파에 출마를 결정할 경우 야권 역시 대선 주자급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단 안 지사에게 버금가는 야권 인물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원외인사인 홍 대표는 전당대회전 부터 재보선을 통한 여의도 복귀 가능성이 회자됐다.

당내 세력을 당 대표로서 충분히 구축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 만큼 금배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안희정 지사 대 홍 대표의 대결구도가 될 경우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변할 공산이 높다.

하지만 홍 대표 측에서는 재보선 출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책임치고 치러야 할 당 대표가 ‘자기 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엿보인다. 또한 송파을이 과거 보수 정권의 텃밭이었지만 선거 환경이 예전만 같지 않고 무엇보다 안 지사가 출마를 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자칫 차기 대권 도전이 조기에 물건너갈 수 있다.

이에 한국당 일각에서는 안 지사 대항마로 황교안 전 총리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무난하게 치러 내 보수 진영에서 대권 출마를 종용하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 지사와 동병상련 처지에 놓인 인사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에 하차하고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에 ‘박원순 사람들’이 적잖이 입성하면서 현 정권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서울시장 도전은 쉽지 않다. 일단 본선보다 경선이 문제다. 추미애 당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이인영, 우상호 등 경쟁자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3선 도전 관련 “이런저런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시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3선 도전 여부에 대한 결론은 연말에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중도하차한 배경이 당 조직이 미약했다는 점과 중앙정치 무대를 잘 몰랐다는 점을 스스로 들고 있어 재보선을 통한 여의도 입성 가능성이 높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특히 박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해 공석인 노원병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병 지역은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야권보다는 여권에 유리한 지역이다.

황교안 ‘서울시장’에서 ‘재보선’으로 선회하나

또한 친분이 깊은 안 전 대표의 재출마가 어렵고 부인인 김미경 여사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 아들 제보 조작 사건’으로 현실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접고 노원병에 출마할 경우 야권의 대항마 역시 거물급 후보가 나와야 한다.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황교안 두 인사 외에 마땅한 후보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바른정당 소속으로 지난 대선에서 출마를 준비하다 중도에 접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원 지사 역시 지난 바른정당 경선에서 출마를 못한 배경이 박 시장과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제주지사라는 특수성으로 중앙 무대에서 잊혀진 데다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해 출마 자체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원 지사는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의원으로 지역구는 서울 양천구였다. 재보선 특성상 예비대선 주자들의 전초전 성격으로 4당 후보간 대결이 벌어지더라도 인물 간 1대1일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안 지사와 박 시장의 경우 재보선 결과와 무관하게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부딪칠 공산도 높다. 추 대표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하지만 현직 의원인 추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설 경우 의원직을 30일 전에 내놓아야 한다.

당 대표직도 물러나야 한다. 이럴 경우 지방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7월 전당대회가 개최될 공산이 높다. 두 인사 측근들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바야흐로 여당의 무덤이라는 지방선거와 재보선이지만 혈투가 예상된다. 승자는 차기 대권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지만 패자는 정치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벌써부터 대권 잠룡들 간 재보선 출마를 두고 수싸움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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