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친박 청산’보다 ‘보수 결집’에 방점 찍은 ‘이론가’
- 父 박정희정권 靑정무수석, 최금락 전 홍보수석 ‘매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혁신과 우파 재건을 위한 혁신위원장으로 류석춘(62) 연세대 교수를 임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에 따른 보수진영이 궤멸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발탁한 셈이다. 보수 혁신의 바다를 나선 ‘류석춘호’가 한국당의 병폐를 고치며 순항할지 아니면 당내 저항에 부딪혀 좌초할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당 혁신 전권을 쥔 류석춘 위원장은 우파 재건에 방점을 찍고 있다. 류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집권해 온 한국당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 채 가치의 추구와 실현보다 권력 자체의 획득과 유지에 몰두해 왔다”며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이익을 축하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날 우파가 궤멸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친박 청산 등 당의 인적쇄신 관련 “가치에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출당이나 보직을 안 주거나 여러 방법이 있다”며 “상징적인 사람과 앞으로 잘할 사람 등 여러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위적 친박(박근혜계) 청산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이에 배치되는 인사들에 대해 인적 청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당분간 갈등 유발보다는 흩어진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집회 ‘의병활동’, 박 전대통령 ‘출당’ 반대

이는 임명권자인 홍준표 당 대표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홍 대표 역시 친박에 대한 인위적인 청산보다는 ‘2선 후퇴’에 그리고 ‘외연 확장’보다는 ‘우파 재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홍 대표는 친박 청산 관련 “선출직은 청산하기가 어렵다. 선출직 청산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핵심 친박은 당 전면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 위원장 임명 관련해서도 홍 대표 핵심 측근은 “홍 대표가 류 교수를 보수 우파의 재건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홍 대표가 직접 만나 혁신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우파재건’을 목표로 삼은 류 위원장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적극 옹호하면서 분명히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탄핵의 본질은 국정 농단이 아닌 국정 실패”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매주 토요일 태극기집회에 열심히 참여했다. 이 집회에 참여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저 또한 그렇다”며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당적 정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류 위원장은 취임 후 가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출당 조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시체에 칼질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그렇다고(당적을 남겨둔다고 해서) 지금 한국당이 ‘박근혜당’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단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에 따른 후유증으로 숨어 있는 보수, 흩어진 보수를 광장으로 끌어내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류 위원장의 과거 발언이나 칼럼을 보면 보수성향이 짙은 인사임을 알 수 있다. 류 위원장은 2015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일베(일간베스트, 극우사이트)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 중 하나”라며 “추구하는 가치가 독특하다. 일베를 악의 근원이라고 얘기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류 교수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사랑하는 (일베의) 지향을 칭찬해 주지는 못할망정 왜 비난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류 위원장은 올해 초 촛불집회에 맞서 보수 진영에서 태극기 집회를 개최할 당시 한 매체에 ‘태극기 집회는 의병활동’(아시아투데이, 1월 22일자)이라는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해 “태극기 집회는 언론과 국회 그리고 검찰과 특검이 유린하고 있는 대한민국 법체계를 수호하는 의병활동”이라며 “관군이 사라진 자리에 의병이 쏟아져 나와 나라를 지키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그는 “청계광장, 코엑스광장, 마로니에광장, 시청광장을 오가며 주말마다 개최되는 태극기집회는 이제 광화문의 촛불집회를 압도한다”거나 “기업이 국가를 위해 출연한 돈을 뇌물이라고 강변하는 수사 행태, 대통령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국회의원이 된 인물들이 보여주는 배신의 정치행태가 국민들 입장에서는 모두 짜고 치는 고스톱 판 같이 보인다”고 검찰과 특검을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류 위원장 ‘건국 대통령’으로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면서 김구 선생에 대해서 폄훼하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이 개최한 건국절 주장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이승만은 독립 운동 내내 무국적자로 활동했는데 김구는 중국 국적, 안창호는 미국 국적,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 국적을 모두 가진 사라”이라며 독립운동가의 국적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승만·박정희 ‘공(功)’커…김구·전태일 ‘폄하’

또 그는 “6.25 전쟁으로 상징되는 이념 대립이 1919년 당시 상해 임시정부에서 이념을 따지지 말고 합작해서 대한민국을 독립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모인 것이고, 1948년으로 가면서 중국 소련 국적 가진 사람들은 남한보다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김구도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구는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했으나 북한의 단독 정부 수립에도 반대한 대표적인 민족주의자인 까닭에 류 위원장의 이념적 편향성 문제가 재차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미래한국>에 기고한 ‘팩트와 페이크, 신화의 조합(전태일 평전)의 실체’라는 글에서는 “전태일은 16살이 되던 1964년 봄 평화시장에서 ‘시다’로 일을 시작해 만 3년 만인 19살이 되던 1967년 봄 ‘재단사’가 됐으며, 같은 기간 그의 월급은 15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정확히 10배 올랐다. 엄청난 임금상승이 아닐 수 없다”며 “이를 두고 과연 누가 착취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를 살았던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비교해 볼 때 전태일이 선택한 삶 혹은 죽음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고 나아가서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전태일과 엇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해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오늘날 자수성가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태일의 극단적인 선택은 불가피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아름답지도 않다. 다만 불행했을 뿐”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당시 전태일에게는 대학생 친구뿐만 아니라 멘토까지 있었고, 그의 죽음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교육과 조작에 의해 진행된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고 썼다. 전태일의 죽음을 운동권과 연결시켜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류 위원장의 이같은 이념적 편향은 여당뿐만 아니라 같은 당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류 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류 위원장의 기자회견 발언이 개인 의견인지 아니면 당 혁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인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특히 장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국회의원 재적의 3분2가 찬성한 탄핵을 정치보복이며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혁신이냐”며 각을 세웠다. 나경원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류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정치적 탄핵’이라고 평가한데 대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조차도 부정을 한다면 이것은 우파 가치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류 교수가 뉴라이트계의 대표인사로 보수의 이념적 결집에 몰두해 왔던 인사라는 점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혁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른정당도 취임직후 내놓은 논평에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전지명 대변인은 “류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태극기 집회는 의병활동’이라며 국민적 상식과는 동떨어진 시각을 보여줬다”며 “과연 그분이 혁신위원장의 수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보수·우파 인사로 ‘정평’

한편 사회학을 전공한 류 위원장은 대표적인 보수·우파 이론가로 통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등에 대한 과보다는 공을 높게 평가함과 동시에 보수 진영의 혁신을 그동안 주장해 왔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류 위원장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6년부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뉴라이트연합 공동대표와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을 지냈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와 박정희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정치 경력으로는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 18대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 등을 지냈다. 류 위원장의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류혁인 전 공보처 장관이고, 이명박 청와대 최금락 전 홍보수석이 매제다. 류 위원장은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류석춘 프로필

▲1955년
▲중앙고 연세대 사회학 졸
▲미국 일리노이대 사회학 박사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
▲박정희연구회 회장 역임
▲18대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
▲교과서포럼 준비위원회 간부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일원
▲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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