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제2의 통진당이냐, 진보의 대통합이냐.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국회에서 가칭 ‘새민중정당’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통진당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진당 출신 주도 창당준비위원회 발족… “9~10월 창당 목표”
통진당 재건 시도 의심에 창준위 대표 김종훈 의원 “출신 이유로 덧칠 안 돼”

 
지난 9일 주말 국회 의원회관에는 2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다. 새로운 단일 진보정당 창당을 꿈꾸며 모인 이들은 이날 창당발기인대회 및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통합진보당 출신 김종훈(53·울산 동구)윤종오(52·울산 북구) 의원의 주도로, 민중의꿈, 한국진보연대, 노동추진위원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창당준비위원장 상임 대표로 선출된 김종훈 의원을 필두로 ‘민중의꿈’ 강병기 상임대표, 김창현 진보대통합추진위원장 등 통진당 출신 주요 인사들이 창준위에 참여한 것이다.

창준위는 창당발기선언문에서 “자주와 평화를 반대하고, 미국의 심기만 건드려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아우성인 맹목적인 세력들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일하는 사람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는 노동자 정치시대,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시대(를 표방한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
‘통진당 부활’ 의심

 
하지만 통진당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맡는다는 점 등에서 해산된 통진당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새민중정당 창당 주요 발기인 29명 중 10명은 2015년 내란선동죄로 징역 9년형이 확정된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수 진영에서는 새민중정당 창당이 ‘통진당 부활’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창준위 출범 이튿날인 지난 10일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주축 인사들의 면면을 비춰볼 때) ‘제2통진당’ 재건 시도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도 하다”며 “또한, 문재인 정부 들어 이들의 활동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통진당 재건 세력은 다양한 형태의 활동과 조직을 통해 궁극적으로 통진당을 계승하려 할 것”이라며 “통진당으로 대변되는 종북 세력은 이미 국민적 심판이 내려진바 더 이상 용인 되어서는 안 된다. 종북 세력도 안 되지만 이들을 비호하는 것 역시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통화에서 “극좌 정당도 있을 수 있다. 강령 등을 아직 못 봐서 평가하긴 이른 것 같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통진당 이석기처럼 똑같이 하겠느냐. 해산된 구 통진당처럼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정당이 아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고 폭력 혁명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지난 헌재의 (해산) 판결을 보면 정강 정책 때문에 통진당이 해산된 게 아니고, 거기 일부 RO 조직(혁명 조직, Revolution Organization)의 폭력성·이적성과 같은 구체적인 조직 활동 때문에 해산됐다”고 말했다.
 
“진보 대단결” 목표
실현 가능성 ‘글쎄’

 
새민중정당 창준위는 오는 9~10월 창당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재 노동·농민·빈민 등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표자 회의를 꾸려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목표는 정의당·노동당·민중연합당 등 원내외 진보 정당을 하나로 묶는 ‘진보 대단결’이다.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훈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진보 정당과 개혁 세력, 개개인까지 폭넓게 제안해 진보 대단결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원샷으로 한 방에 통합을 원하지만 각 당의 조건과 처지, 논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보 군소 정당들이 단일대오를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 정의당 내 한 중진 의원은 이 같은 새민중정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답변조차 꺼렸다. 김 의원은 진보대통합 움직임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 “진보 대단결은 한 번에 이룰 수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과제”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제2의 통진당’ 지적에 대해선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기승전-통진당’이라고 할 것 같다”며 “현재 당원 모집 과정을 보면 70~80% 당원이 과거 당원 경험이 없거나 통진당에 있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각에서 거론하는 (민중의꿈) 강병기 대표나 김창현 (진보대통합추진위원장) 이런 분들은 대표자로 참여 안 한다”면서 “마치 이 사람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하거나 통진당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색깔로 덧칠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해산됐지만 구성원 모두가 (법을) 위반된 일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사람들이 새로운 진보 정당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은 2013년 8월 혁명 조직(RO)을 통해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했다는 혐의(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가 국정원에 의해 밝혀지면서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 2014년 12월 헌재재판관 8대1의 의결로 통진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2015년 1월 대법원은 이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를 인정, 징역 9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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