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 멤버 떠나보낸 자리, ‘新文’으로 메운다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청와대 참모진에 친문(親文) 최측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반면 문재인 정부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뉴 페이스’ 그룹의 면모는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 ‘뉴 페이스’ 그룹에 힘을 실어주는 데는 기존의 경쟁자였던 여권 잠룡 그룹을 견제하고자 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잠룡 그룹이 조기 부상할 시 정권 운영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비친다. 나아가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임 비서실장을 서울시장에, 조 수석과 김 장관을 각각 부산시장과 대구시장에 차출 해 전국 정당 구상에 방점을 찍겠다는 플랜을 갖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 안희정·박원순·이재명 ‘조기 부상’ 견제 위해 직접 발굴
- 임종석-서울, 조국-부산, 김부겸-대구 ‘광역단체장 차출설’


‘문재인 시대’가 열리면 곧바로 노무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이들이 다시 한번 청와대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들은 국정운영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2선 후퇴해 물밑 보좌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부는 문 대통령의 성공을 빌며 아예 한국을 떠나기까지 했다.  

文 측근… 김경수 의원 제외,
대다수 ‘2선 후퇴’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는 ‘3 철’ 중 한 사람인 양정철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양 부실장이 선대위 시절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던 점에 비춰 청와대 인사수석에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그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유력했던 노영민 전 민주당 의원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그가 주중 대사에 내정되긴 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73일째인 21일까지도 임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나마 전면에 나선 이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다. 현직 의원이라는 신분이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측근 정치’라는 비난 화살을 피할 수 있는 방패막이 되어 줬기 때문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때 배석했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의 첫 언론 브리핑에도 동행해 기자들에게 배경을 설명했다. 의정활동과 참모, 언론 대응의 1인 3역을 소화한 셈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문 대통령 측근들이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하자 그 빈자리는 곧바로 ‘뉴 페이스’들이 차지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임 비서실장과 조 수석은 인사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문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국정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인사들에게 “요즘 청와대 참모 중 2인자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임 비서실장과 조 수석의 이름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매일 아침을 임 비서실장과의 티타임으로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조 수석 역시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과정에 관여하는 데다 공직 기강과 대통령 측근·친인척 관리, 검찰 개혁 등 중요 업무를 맡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 일명 ‘왕(王) 수석’으로 통한다고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것처럼 조 수석도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민정 수석을 맡았기 때문에 ‘문재인 닮은꼴’로도 불린다. 김부겸 장관도 지난달 16일 행정자치부장관에 임명되며 문 대통령의 곁을 지키기 시작했다. 

박원순·안희정-대권,
이재명-광역자치단체장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뉴페이스’들을 적극 부상시키는 데는 기존에 자신의 경쟁자였던 여권 잠룡 그룹(안희정·박원순·이재명)의 조기 부상을 견제하고자 함이 클 것이라고 분석한다.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리는 정부 출범 초기에 자칫 대선 경선에 같이 나섰던 이들 잠룡 그룹이 조기 부상하게 된다면 국정 운영 동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잠룡그룹은 차기 대권 도전에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3선’과 ‘차기 대선 도전’의 갈림길에선 박원순 시장은 차기 대권 도전으로 뜻을 굳힌 모양새다.

그는 최근 “재수는 했어도, 삼수는 안 했다”며 서울 시장 3선이 아닌 차기 대선 도전을 시사했다. 박 시장의 측근 역시 “3선보다는 대권”이라며 “지자체장 3선은 대선의 걸림돌”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희정 지사 역시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차기 대권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여권 잠룡 중 보수 진영에서 거부감이 가장 적은 안 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 1순위로 꼽힌다. 3선보다는 국회의원에 도전해 대선 전 여의도 정치 경험 쌓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당 경선에서 선명성 부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이재명 시장은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서울시장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왔지만 당 안팎에선 경기도지사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기류가 대세다.

한편 여권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자 문 대통령 역시 대비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발굴한 ‘뉴 페이스’들을 내년 지방선거에 차출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서울시장에, 조국 민정수석을 부산시장에, 김부겸 장관을 대구시장에 출마시킨다는 플랜이다. 다만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 김 장관이 대구 시장에 선뜻 출마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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