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영남 대통령’-‘호남정권’? ‘호남 홀대론’ 무색
- ‘광주제일고’, ‘동아일보’, ‘동향’별 모임 생길 정도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기 내각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새 정부의 청와대, 내각, 정부 내 요직 인선의 특징은 호남 출신 인사들의 대거 약진이다. 부산 출신 영남 대통령이 탄생됐지만 사실상 ‘호남 정권’이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인사폭탄’을 맞은 호남 민심은 ‘황공무지로소이다’는 반응이다. 지난 대선에서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론’을 근거로 ‘반문 정서’가 팽배해 문 대통령이 힘든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치러진 총선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에 손을 들어준 게 호남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의 ‘묻지마식 호남 출신 기용’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하에 요직에 기용된 호남 출신 인사들의 면면을 알아봤다.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전남9, 전북5, 광주1

청와대의 꽃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비서실장과 대변인이다. 두 요직은 모두 호남 출신이 기용됐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전남 장흥, 대변인 역할을 담당하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북 전주 출신이다.

또한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한병도 정무비서관은 전북 익산이 고향이고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전북 전주 출신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광주가 고향이다.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은 전북 군산, 김우호 인사비서관은 전북 고창 출신이다.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은 전남 순천,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은 전남 광양 출신이다. ‘퍼스트 레이디’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유송화 실장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이상철 국가안보실1차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또 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고향이 전남 함평이다. 이 밖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전남 나주 출신의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맡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용섭 전 의원은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내각 호남 출신 총리 및 장차관 ‘14명’

문재인 정부 내각 역시 호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당장 전남지사를 지낸 이낙연 총리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민선 1,2기 경기도 교육감을 지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광주 출신이다.

18대, 19대 국회의원 출신이인 김영록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전남 완도 출신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북 정읍 출신이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남 무안 출신이다.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의 고향은 광주다. 법무부의 꽃으로 검찰 인사와 예산 업무를 총괄하는 요직으로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차관직에도 호남 출신들이 다수 진출했다. 나종민 문화체육광광부 1차관은 광주 출신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환경 및 기후변화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전남 순천 출신이다. 이수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광주,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차관급으로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정통 복지관료 출신이다. 조현 외교부 2차관은 전북 김제 출신으로 외시13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전북 행정부지사를 지낸 심보균 행정자치부 차관 역시 김제가 고향이다.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전북 순창 출신으로 행시 30회에 합격한 정통 관료다.

사정기관·정부기관·공공기관 ‘10명’

인사청문회 통과가 유력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광주 출신이다. 문 후보자가 임명되면 김종빈 전 총장 이후 12년 만에 호남 출신 검찰총장이 탄생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무안 출신인 만큼 사법부 두 요직이 호남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에 임명된 조남관 서울고검 검사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1급 상당으로 국정원 내 ‘빅5’로 불리는 요직으로 내부 감찰과 징계, 공직기강 확립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차관급 정부기관 수장에도 호남 출신 인사들이 즐비하다. 황수경 통계청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개혁 성향의 노동경제학자다.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행시 31회에 합격한 정통관료 출신이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전북 김제 출신으로 농진청 차장을 지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전남 담양 출신으로 박원순 시장이 이끌던 희망제작소 부소장 출신이다.

공공기관에도 호남 출신이 속속 임명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에는 광주 북갑 3선의원인 강기정 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이다. 또한 전북 김제 출신으로 농어촌공사 사장에는 최규성 전 의원이, 전북 남원이 고향인 3선의 이강래 전 의원은 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제일고’, ‘동아일보’, ‘동향모임’ 생길수도

호남 출신 인사들이 문재인 정권의 정부 고위직에 대거 기용되면서 호남 내 동문, 동향, 전직장별로 친목 모임이 생길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광주 제일고 출신들이 다수 눈에 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필두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 김영록 농림수산부장관 등이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또한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총리는 같은 언론사 출신인 윤영찬 국민소통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과 친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광주/전주/김제 등 동향별로 모임도 활발하게 이뤄질 공산도 높다.

광주가 고향인 인사로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김상곤 교육부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박균택 검찰국장, 나종민 문체부 1차관, 이수진 여가부 차관 등이다. 문 후보자와 김 교육부 장관은 동향에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인사들도 눈에 띄는데 윤영찬 국민소통비서관, 조남관 국정원 감찰실장,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해당된다. 특히 조현 외교부 2차관과 심보균 행자부 차관, 라승용 농진청장은 모두 김제가 고향이고 조 2차관과 심 차관은 전주고 선후배 사이로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국민의당 호남지역구 23명 ‘한숨’만

한편 문 대통령의 호남 출신 인사들에 대한 ‘인사폭탄’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호남 홀대론’, ‘반문 정서’에 기대 민심을 파고들었지만 더 이상 효과를 보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호남 민심은 문 정부의 파격적인 인사에 대해 “황송할 따름”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의당 내 20여 명이 넘는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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