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환영’-재계 ‘한숨’ 온도 차 뚜렷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내년(2018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밤 제11차 전원회의를 열어 표결로 이같이 결정했다. 올해 대비 16.4% 인상됐다. 정부 목표치(15.6%)보다도 높다.

1만 원을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재계는 불편한 심기다. “(고용주가) 직접 장사에 나서야겠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양측의 동상이몽을 알아본다.

경총 “중소기업·소상인 절박한 외침 외면했다”
노동자 “점심값보다 조금 올라” 1만 원 기대

최저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일단 노동계는 환영을, 재계는 한숨을 내쉬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지만, 야당은 사용자 입장에서 우려를 표했다.

일요서울은 인상폭이 결정된 후 첫 평일인 지난 17일 현장을 둘러봤다.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고용주와 근로자를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양측의 온도 차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숨통 트여”

아르바이트생들이나 근로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반기는 분위기였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A씨(21)는 “생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크게 반겼다.

그는 “조금이라도 올랐다는 건 그만큼 숨통이 틜 수 있다는 것”이라며 “1만 원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만큼 오른 것에 대해 나름 만족 한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이 죽겠다고 엄살을 피우지만 사정이 생각보다 괜찮은 경우가 많다”며 “대폭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1000원 정도 오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에서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B씨(26)는 “조금 더 올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반기는 내색이었다. 그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와야 한다”며 “높은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 등으로 어려운 자영업자도 많지만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이런 것까지 모두 헤아릴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했다.

노동계 또한 최저임금 인상안이 여전히 실제 생활비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 “현장에서 피눈물 흘리고 있는 저임금,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정말 성에 차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세업체의 근로자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16.4% 늘어난 시급 7530원도 적다”며 “더 급격한 시급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899명을 대상으로 평균 점심값을 조사한 결과 6100원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들 역시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될 경우 자영업자들이 비용 절감에 들어가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관련 단체는 큰 폭의 최저 임금 인상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보도 자료를 통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물론 기업계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반응도 평행선을 달린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포용적 성장의 첫걸음”이라며 환영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인상률이 규정 속도를 위반했다”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인상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시급한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인상으로 내년 중소기업계가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15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예산지원 한계 “한시적 정책”

이와 관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년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 보전을 위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일정한 시한을 갖는 한시적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에 대해 공정위가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을 보전해 주는 방식을 영원히 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의)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에 (한국사회가) 서 있는데 이를 촉발하기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가맹점주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정부의 고민은 우리 사회에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려야 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분들이 어려워진다면 이들에 대한 보완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선 내년부터 15.7% 인상이 필요한데, 이번 결정이 필요한 인상폭을 웃도는 만큼 청와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문제는 모든 부분을 균형 있게 준비해 왔다”면서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자를 위한 대책도 곧바로 발표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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